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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캉으로 머리 밀고 성폭행… 가스라이팅 징후 있었다

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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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지난 7월 발생한 일명 ‘바리캉 사건’ 피해자 A씨가 가해자 B씨로부터 당한 폭력에 대해 입을 열었다. 수위 높은 욕설과 심각한 폭행 피해가 나열됐다. A씨는 B씨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영상에 출연했다. 해당 영상에서 그는 B씨에게 5일간 감금됐을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영상에 따르면 B씨는 “30대를 때릴 테니 입으로 숫자를 세라”라고 강요하며 A씨를 폭행했다. 화장품으로 얼굴에 그림을 그리고 조롱했으며, 나체 상태의 A씨를 촬영한 후 “잡힌 순간 유포할 거다. 경찰이 절대 못 찾게 백업을 해 놨다"라며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에는 언론 보도에 드러난 것처럼, B씨는 바리캉으로 A씨의 머리카락을 민 뒤 얼굴에 소변을 보고 침을 뱉었다. 반려견 울타리에 가두고 배변 패드에 용변을 보라고 명령했으며,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여러 차례 성폭행까지 저질렀다.

A씨는 ”4박5일 동안 수모와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 마치 내가 잘못한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B씨가 폭행을 가하면서 ‘네 잘못’이라는 말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너는 못생겼다’, ‘너랑 나랑은 급이 다르다’, ‘너는 내가 예쁘게 빚어 놓은 조각상이다’ 따위의 말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행위는 가스라이팅일 가능성이 높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의 심리나 상황 등을 조작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드는 행위다. 결국에는 자책감 등으로 궁지에 몰린 상대방의 정신을 지배하고 조종한다. 1938년 패트릭 해밀턴 작가의 연극 ‘가스등(Gas Light)’을 통해 처음 등장한 용어다.

가스라이팅 가해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 정도도 못해줘?”, “너 생각해주는 건 나뿐이야. 나니까 이런 말 해주는 거야.” “너가 지나치게 예민한 것 같은데? 단순히 상대를 질책하기 보다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의심을 불러일으키는 화법이다.

처음에는 피해자 역시 의심하고 추궁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가해자는 더 강하게 다그쳐 궁지로 몰아넣는다.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피해자를 깎아내리고 자신을 치켜세우는 한편, 피해자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하도록 주변과 단절시키기도 한다. 이로인해 이득을 얻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면서 만족감·자기애(나르시시즘)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가스라이팅은 의외로 빈번하게 발생한다. 부부나 연인은 물론 형제·자매, 친구, 상사와 부하 직원 간에도 발생한다. 가스라이팅을 피해자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오랫동안 우울·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자신도 모르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거나 반대로 누군가를 가스라이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다음은 가스라이팅을 최초로 규정한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로빈 스턴(Robin Stern)의 ‘가스라이팅을 알아차리는 신호’다.

1. 더 이상 내가 생각했던 과거의 내가 아니라고 느껴질 때
2. 예전보다 더 불안하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
3. 종종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때
4.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질 때
5. 일이 잘못될 때마다 항상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 때
6. 너무 자주 나만 사과를 해야 할 때
7.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걸 정확히 알 수 없을 때
8. 친구나 가족과 대화하는 것을 피할 때
9. 연인이나 친구와의 대립을 무조건적으로 피하려고 할 때
10.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고립된 느낌을 받을 때
11.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을 발견할 때
12. 절망감을 느끼고, 과거에 즐기던 활동에서 전혀 즐거움을 못 느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