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두려운 어깨 힘줄 수술… 재파열 위험 '1% 미만'으로 낮췄다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전문의가 알려주는 질환_ 어깨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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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랑병원 문홍교 병원장이 어깨를 고정하는 데 사용하는 로봇 팔을 들고, 수술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지금까지 어깨 손상이 심해 수술이 필요하다는 전문의의 소견은 청천벽력이었다. 수술을 받으면 택배, 운전기사 등 어깨를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생계를 못 이어갈 수도, 헬스나 테니스 등 운동을 즐기는 사람은 운동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걱정을 좀 덜어도 되겠다. 재파열과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인 수술법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어깨 통증은 어깨 관절 주위를 덮고 있는 힘줄인 회전근개가 파열되면서 유발된다. 힘줄이 끊어졌다면 봉합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시행돼 온 단일·이중 봉합술은, 재파열 발생률이 최대 30%나 달한다. 이에 바른사랑병원 견주관절팀 문홍교 병원장은 해결책을 모색하다 재파열 발생률이 1% 미만인 '브릿지이중봉합술'을 처음 국내에 도입했다.

◇회전근개 파열 수술, 재파열 두려웠을 수 있어

지금까지 회전근개 파열 치료법 대표 난제로 재파열률이 높다는 것과 힘줄이 소실된 경우 복구하기 힘들다는 것이 꼽혀왔다.


회전근개가 파열돼 힘줄이 끊어지면 제 위치에서도 이탈하게 되는데, 단일 봉합술은 끊어진 힘줄 양 끝만 봉합하고 어깨 관절에서 이탈된 힘줄의 위치는 잡아주지 않아 매우 불안정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관절에도 힘줄을 고정하는 이중 봉합술이 나왔지만 뼈와 힘줄 사이 빈 공간을 없애진 못해 재파열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지진 않았다. 회복이 더디고, 마찬가지로 불안정했다. 회전근개가 재파열돼 수술을 다시 받을 경우 치료가 더 까다로워질 뿐 아니라 합병증 위험도 커진다.

재파열 됐거나 회전근개 파열을 오랜 시간 방치한 경우 아예 힘줄이 사라지기도 한다. 파열된 힘줄이 주변 지방조직으로 바뀌거나 괴사하기 때문이다. 수술 자체가 끊어진 힘줄을 당겨 봉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줄이 없다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 경우 인공관절 치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다행히 두 난제 모두 해결책을 찾았다.

◇브릿지이중봉합술, 재파열 발생률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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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사 브릿지이중봉합술은 관절에 끊어진 힘줄을 감싸듯 봉합해 재파열률이 낮다. /바른사랑병원 제공
문홍교 병원장이 도입한 '무나사 브릿지이중봉합술'은 회전근개 파열 수술의 재파열 발생률을 현저하게 낮췄다.

브릿지이중봉합술은 먼저 끊어진 힘줄을 봉합한 뒤, 뼈에 교량형으로 이중, 삼중 봉합하는 방법이다. 마치 트럭에 짐을 싣고 천막을 씌운 뒤 천막 끝만 묶는 게 아니라 천막을 덮는 X자 형태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뼈와 힘줄을 밀착시키기 때문에 회복 속도가 높아지고, 고정이 견고해 안정하다.

문홍교 병원장은 금속 나사가 아닌 칼슘으로 제작한 나사로 수술한다. 문홍교 병원장은 "고정을 위해 나사 사용은 불가피한데, 금속 나사는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어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며 "칼슘으로 제작한 나사는 수술 후에 뼈로 흡수돼 염증 예방은 물론 뼈에 가는 무리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릿지이중봉합술을 6년간 추시한 결과 사고와 부상 등 외상 요인을 포함해도 1% 미만의 재발률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빠른 회복을 도와 기존 평균 5.2일이었던 입원 기간을 2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시경을 통해 복잡한 봉합을 해야 하기에 수술의 난도가 올라갔다. 문홍교 원장은 "좋은 수술 결과를 얻기 위해선 의료진의 숙련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힘줄 괴사해도 치료 가능해져

아무리 좋은 수술법이 나와도 힘줄이 없다면 봉합할 수 없다. 문홍교 병원장이 힘줄 대체물을 찾았다. 문홍교 병원장은 "화상 치료에 쓰이던 동종진피를 힘줄 대체물로 사용할 수 있다"며 "동종진피는 세포기질이 3차원 구조로 이뤄져 있어 생체적합성이 뛰어나고 신축성과 견고성도 힘줄을 대신하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문홍교 병원장은 2018·2019년 국제정형외과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동종진피를 힘줄 대신 이식하려면 브릿지이중봉합술을 시행하기 전 변성이나 소실된 힘줄 크기를 정확히 계측해 크기만큼 동종진피로 덧대기만 하면 된다. 기존 수술시간에 10분 내외의 한 과정이 추가될 뿐이다.

힘줄과 함께 주변조직이 손상됐다면 줄기세포를 이용할 수 있다. 문홍교 병원장은 "보통 줄기세포하면 따로 채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수술 중 채취가 가능하다"며 "힘줄을 봉합할 때 뼈에 실을 넣기 위해 작은 구멍을 내는데, 이때 상완골 골수 줄기세포를 채취해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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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교 바른사랑병원장 인터뷰

"환자의 편안함이 의사의 궁극적 목표"

바른사랑병원 문홍교 병원장은 환자가 편해질수록 의사 본인의 진료도, 수술도 즐거워진다고 생각한다. 문홍교 병원장의 가치관은 진료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방이 유독 길고, 초음파 기계 등 여러 장비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문홍교 병원장은 “어깨 환자를 정확히 진료하려면 팔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진료실이 길어졌다”며 “진료 후 환자가 바로 전문의에게 주사 치료, 초음파 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장비도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문홍교 병원장은 가치관 실현을 위해 어깨 환자들을 진료했던 경험을 살려 바른사랑병원을 직접 설계했다. 왼쪽 어깨를 다친 환자와 오른쪽 어깨를 다친 환자가 모두 편하도록 병상 위치는 물론 어깨 수술 후 환자들이 짚게 될 병실 내 손잡이 위치까지도 고려했다. 환자의 시간 지체를 막기 위해 동선도 최적화했다. 장비도 환자의 편의를 우선해 갖췄다. 수술실에는 환자 체위를 고정하는 어깨 전용 수술대가 있을뿐더러 어깨 자세를 제어하는 로봇 팔까지 있다. 문홍교 병원장은 “어깨가 편안히 고정돼야 좋은 수술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도 힘쓴다. 문홍교 병원장은 “매달 환자에게 자신의 질환을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만든다”며 “환자가 명확히 자신의 병에 대해 알아야 마음에 안정도 찾고, 진료도 잘 따라와 결과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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