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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격 수업… 잦은 변화가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jj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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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이 번갈아 실시되면서 학습효과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또 다시 등굣길이 막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새도 없이 지난 1년 반 동안 등교와 원격 수업을 반복하는 사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느끼는 피로감 또한 쌓여만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잦은 환경 변화에 따른 학습 효과와 사회성 저하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다시 원격수업… 2학기 전면 등교도 ‘적신호’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수도권 학교 전면 원격수업 첫날인 지난 14일(오전 10시 기준) 서울·경기·인천 지역 7768개 학교 중 6944개교(89.4%)가 원격수업을 실시했다. 앞서 정부는 최근 수도권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이달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했으며, 같은 날 경기도와 인천 학교 또한 지침에 따라 방학 전까지 최대 2주간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서울의 경우 14일부터 전면 원격수업을 실시했고, 비수도권에서는 1만2744개교 중 38개교(0.2%)만 원격수업을 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감소를 반복하면서 학교에서도 1년 6개월여 째 등교와 원격수업이 번갈아 실시되고 있다. 당장 2학기부터 다시 전면 등교가 실시되지만, 현재와 같은 확산세가 이어진다면 일정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2학기 시작까지 40여일 남은 만큼, 모든 교직원·학원종사자 백신 접종 등 학교 방역 강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예측 불가능한 날의 연속… 학생들 불안·공포도 커져
등교·원격수업을 번갈아 실시하는 상황이 지속될수록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느끼는 피로감 또한 커지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학습 환경이 계속해서 바뀌면서 바뀐 환경에 대한 적응, 불규칙한 생활패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여러 지식, 사회성을 습득해야 하는 시기지만, 현 상황에서는 수시로 바뀌는 환경에 적응할 시간조차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가천대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어느 때보다 규칙적 생활이 중요한 시기에 방학도 개학도 아닌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예측 불가능한, 일관성 없는 생활이 이어질수록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감, 공포도 성인 못지않게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잦은 환경변화, 기억력·학습 효과에도 영향”
학부모 입장에서는 잦은 환경 변화로 인해 학습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학습 환경이 바뀌고 불안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수업의 질 문제를 떠나 정상적으로 학업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 역시 반복적인 학습 환경 변화가 충분히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배승민 교수는 “감정이 과잉된 상태에서 일을 하면 일 처리 과정을 기억하지 못하듯, 학생들 역시 감정 컨트롤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학습한 내용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며 “현재와 같이 일관성 없는 상황에서 불안, 걱정과 같은 감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여러 내용을 학습해도 내용이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원격수업 학습격차 우려도 여전… 사회성·의사소통은 어디서 배우나
1년 6개월가량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원격수업의 낮은 학습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원격수업 특성상 대면수업에 비해 학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교사에 따라 수업 내용과 질적 차이 또한 분명하기 때문이다. 가정에 따라서는 원격수업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곧 학생 간 학습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교육부가 실시한 ‘2020 2학기 원격수업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생 간 학습격차에 대해 학부모 62.8%가 ‘매우 커졌다’ 또는 ‘커졌다’고 답하기도 했다.

학업뿐 아니라 원격수업으로 대체할 수 없는 의사소통, 사회성 교육 부족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배승민 교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닌, 안정감, 소속감을 느끼고 작은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며 “온라인 수업만 받게 된다면 학교에서 습득할 수 있는 사회성, 교우관계, 집단생활에 대한 가치 등을 알지 못한 채 사회로 나갈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최근 많은 학생들이 학교, 집단생활에서의 생활과 학습이 부족해지면서, 사회성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않는 것을 넘어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화되면 ‘후유증’ 남을 수도… “보조적 역할 고민할 때”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어린 학생들이 ‘학교 수업’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10년, 20년 후 특정 연령대의 전반적인 사회성 부족으로 인한 사회 전체적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 배 교수는 “전부터 소아·청소년 시기 사회성 발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집단생활이나 배려 등에 대한 학습이 더욱 제한되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사회 전체적인 후유증으로도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적 후유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원격수업, 등교수업 모두 ‘받는 입장’인 학생에서는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와 학교, 가정에서는 온·오프라인 수업의 장·단점을 분석해 각 수업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배승민 교수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한다고 해서 온라인 수업만을 고수하기보다, 온라인 수업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학교나 가정에서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며 “이 시기를 현명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학교, 가정 각자의 보조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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