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건강 100세를 위해… 잘 걸을 준비가 필요하다 ―92세 제주도 할아버지의 무지외반증 수술 이야기
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
입력 2021/06/16 09:11
[Dr. 박의현의 발 이야기] (42)
아들은 고령의 아버지가 2~3년 전부터 양발의 무지외반증으로 인해 '걷기' 등의 간단한 운동도 어려워져 건강을 유지하시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 병원을 찾게 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는 용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living longer)'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잘 사는(living well)' 것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필자의 병원은 원스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진료 후 당일 수술이 가능하도록 해서 재방문을 하는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경우 오전에 진료를 하고 당일 오후에 수술 일정을 잡았지만, 고령의 나이와 양측을 동시에 수술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환자의 안전과 최선의 치료를 위해 '족부전담팀' 컨퍼런스를 소집했다.
5명의 족부전문의들이 진료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할아버지의 경우 1번 엄지발가락 많이 휘면서 이미 2번 검지발가락이 떠 있게 돼, 신발을 신을 경우 1·2번 발가락이 서로 눌리는 정도로 경과가 진행된 상태였다. 발은 체중의 1.5배를 견뎌야하고, 이중 60%의 압력을 엄지발가락이 버텨내야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와 나이,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술식이 중요하다. 5명의 족부전담팀 의견을 감안해, 그날 오후에 있을 수술에 대해 신속하게 그러나 신중하게 수술방법을 결정하게 됐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무지외반증 술기 5가지 중 '중족골 교정절골술'을 시행했다. 과거 뼈를 엄청나게 깎고 봉합하는 고식적 수술과는 달리, 중족골(각 발가락의 세 번째 뼈마디)에 실금을 내어 돌출된 뼈를 내측으로 당겨 기절골(두번째 뼈)과 1자로 정렬을 맞추는 교정절골술이 할아버지를 위한 최선의 맞춤형 술기였다.
할아버지의 수술은 잘 진행됐고 '입원 3일 후' 다시 제주도로 내려가시게 되었다. 보통의 환자보다 좀 더 길게 8주 정도는 특수신발을 신고 생활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추가적으로 병원까지 내원하지 않고 전담간호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케어를 받으실 수 있도록 했다. 통원 진료·치료의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전담간호사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환자들 특히 지방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병원의 노력이다.
퇴원 전날 "최고 장수 기록을 깨겠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마음을 울렸다. 7월 중순께 할아버지는 핀을 제거하기 위해 병원을 마지막으로 찾으실 예정이다. 그날은 '더 많이, 더 편히 걸으셔서 내내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100세 시대를 위해, 잘 걷는 준비부터 시작하는 것을 각별히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