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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동영상 시청, 인지기능 떨어트려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5/22 18:00
코로나19로 사람을 직접 만나는 시간이 줄면서 동영상 시청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영상을 매일 2시간 30분 이상씩 시청하면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건 물론 노년기 치매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심장협회(AHA)는 20~21일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2021 라이프스타일 과학 세션(EPI)’에서 중년기 동영상을 오래 시청하면 뇌의 회백질량이 줄어들어 인지 기능은 떨어지고, 치매 위험성은 높아진다는 것을 세 가지 연구(P149, MP24, MP67)를 통해 발표했다.
P149 논문을 작성한 미국 콜롬비아대 의대 연구팀은 동영상 시청과 인지 기능 저하를 중점으로 연구했다. 연구팀은 평균 59세 성인 1만 700명을 대상으로 3번의 방문을 통해 동영상 시청 수준을 살폈고, 4번째 방문에서 기억, 언어 등 인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TV를 포함해 동영상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나 거의 시청하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영상을 가끔 보거나 자주 봤다고 한 참가자들은 15년 동안 인지기능이 6.9%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을 시청하려면 오랜 시간 한자리에 앉아 있어 생기는 문제로 추정된다.
MP24 논문을 작성한 버밍엄 앨라배마대 공중보건대 연구팀은 인지 기능 저하 정도를 뇌 영상 스캔을 통해 구조적으로 살피는 데 초점을 맞춰 연구했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 76.2세 성인 1601명을 대상으로 4번 방문해 지속해서 동영상 시청 수준을 살폈고, 5번째 방문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뇌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동영상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나 거의 시청하지 않는다고 말한 참가자들보다 가끔 혹은 자주 시청한다고 말한 참가자들은 10년 후 회백질 양이 더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백질은 중추신경이 모여있어 맨눈으로 관찰했을 때 회백색을 띠는 부분으로, 의사 결정, 시청각 능력, 근육 조절력 등 뇌의 중요한 기능에 관여한다. 지속성도 회백질 감소에 관여했다. 동영상을 자주 시청했다가, 아예 보지 않거나 시청 시간을 줄였다고 답한 참가자들보다 계속 동영상 시청 시간이 길었던 참가자들의 회백질량 감소가 더 컸다.
MP67 논문을 작성한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팀은 동영상 시청 시간과 뇌 회백질 양 사이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 30세 여성 5115명을 20년간 추적 조사했다. 5년마다 방문해 지난 1년 동안 하루 평균 동영상 시청 시간을 물었다. 20년 후 MRI로 회백질 측정을 했다. 그 결과, 성인 초반부터 중반까지 동영상 시청 시간이 길수록 회백질 양이 감소했다. 평균 동영상 시청 시간이 1시간 길어질 때마다 회백질 부피가 약 0.5%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성인 중후반 동안 자연스럽게 연간 위축되는 정도와 비슷하다. 동영상 시청 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치매 발병 위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앨라배마대 공중보건대 켈리 피티 가브리엘(Kelley Pettee Gabriel) 교수는 “TV, 동영상의 장시간 시청이 뇌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에 대해서는 생각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아동, 청소년뿐만 아니라 중년기에도 한 자리에서 오랜 시간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것보다는 독서나 가벼운 운동 같은 건강한 행동을 하는 것이 나이 들어서도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미국심장협회 미첼 SV 엘킨트(Mitchell SV Elkind) 회장은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동영상 시청 등으로 오래 앉아있는 지금, 이 연구는 아주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연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