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3상, 막대한 인력과 비용, 시험자 모집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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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국내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5개 기업이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2상에 진입한 2곳은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사용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발표로 국산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보다 확실한 개발·지원 계획이 함께 공개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산 백신 나오나… 장관 이어 총리대행까지 ‘연말·내년 초’ 전망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지난 28일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내 5개 기업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고, 이 중 2개 기업은 2상을 개시해 하반기 3상 진입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내 백신 개발을 백신 수급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꼽은 홍 총리대행은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 국내 백신이 개발될 수 있도록 전임상, 임상, 생산 등 전 주기에 걸쳐 총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 관계자들은 공식석상이나 언론 인터뷰 자리에서 이 같은 전망을 거듭 내놓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개 제약사가 연말 전 2·3상까지도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 인허가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 또한 지난 28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나온 국산 백신 개발 관련 질문에 대해 “5개사가 임상에 진입한 상황으로, 일부 기업이 빠르면 하반기부터 임상 3상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5개사 중 2개사’는 어디?… 제넥신·셀리드 예상
정부 관계자들이 잇달아 백신 개발 가능성을 밝히면서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 개발’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브리핑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현재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등 5개사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국내외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중 하반기 ‘2상을 개시해 3상 진입이 예상되는 2개 기업’은 제넥신과 셀리드로 확인된다.

제넥신은 지난 2월 국내 임상 1상을 마치고 성인 150명 대상으로 2a상에 돌입했다. 현재 1차 투여까지 끝낸 상태로, 지난달 인도네시아 임상 2·3상 시험계획(IND)도 제출했다. 제넥신이 개발 중인 ‘GX-19N’은 DNA 기반 백신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항원과 뉴클리오캡시드 항원을 함께 탑재해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방어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제넥신 관계자는 “현재 2차 투약을 진행 중으로, 오는 7월 중 임상 2상을 마친다면 곧바로 3상에 진입할 예정”이라며 “3상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임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셀리드가 개발하는 ‘AdCLD-CoV19’는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과 같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반 백신이다. 바이러스 표면 항원 유전자를 재조합해 독성을 제거한 후 아데노바이러스에 넣어 체내 주입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임상 2a상에 진입했고, 같은 달 30일 첫 투여를 마쳤다. 셀리드는 2a상에서 초기 안전성과 면역원성에 대한 중간 결과 확보한 후 이를 바탕으로 2b상을 진행하고, 2b상을 결과를 토대로 국내 긴급사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합성항원 백신 ‘GBP510’과 ‘NBP2001’의 임상 1상을 각각 진행 중이며, 진원생명과학은 DNA 백신 ‘GLS-5310’, 유바이오로직스는 합성항원 백신 ‘EuCorVac-19’에 대해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모두 이르면 상반기 1상 완료와 함께 2상 진입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이들 기업의 백신 개발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반장은 “내년 상반기 국내 백신 개발을 목표로 임상비용 지원, 피험자 모집 등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백신 개발에 성공하는 업체가 나올 때까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자체 백신 중요하지만… ‘만일의 상황’ 대비됐는지 의문
홍 총리대행의 말처럼 국내 백신 개발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백신 자주권을 확보하고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의견에는 적극 공감을 표한다. 다만 정부의 국내 백신 개발 전망이 더욱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개발 계획과 지원 방안이 함께 마련·발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 발표가 백신 수급 부족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는 데 그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업계 내에서는 임상 3상에 드는 막대한 인력과 비용, 시험자 모집 등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지만, 이 같은 문제의 구체적인 해결책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며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면, 현재 임상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정부의 투자·지원 방안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국민들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해선 안 되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낙관하는 태도 또한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기존 백신과 달리 빠른 속도로 단기간 내 개발되고 있는 만큼,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경우 뿐 아니라, 개발에 실패하거나 추가 임상이 필요한 경우, 개발 후 부작용이 발견되는 경우 등 만일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마상혁 부회장은 “당연히 임상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개발 실패, 혹은 추가 검증이 필요해 개발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며 “실제 해외에서 개발된 백신들을 보면 가변성이 많은데, 이 같은 불확실성을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함께 자세히 밝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