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프로야구 선수 정신력 관리까지… '팀 닥터'의 모든 것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4/06 08:15
부상 예방·치료, 경기력 향상을 위한 '지원군'
지난 3일과 4일, 2021 한국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렸다. 코로나19로 지루한 일상에 기다렸던 개막 경기지만, 여전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인해 직접 경기장을 찾기는 쉽지가 않다. 집에서 중계로만 보긴 아쉬운 야구팬들을 위해 몰랐던 야구 이야기를 알아봤다. 바로, '팀 닥터'에 관해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을 돕는 팀 닥터, 그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최근엔 선수들의 신체 관리뿐 아니라 '정신 관리'까지 돕는 심리 닥터도 존재한다.
◇부상 예방·치료, 경기력 향상을 위한 '지원군'
늘 부상 우려를 안고 있는 프로 스포츠팀에는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의사가 필요하다. 훈련이나 경기 중 발생한 부상을 치료하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부상과 질병 예방을 돕는다. 건강상 문제가 생긴 선수가 시합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SSG 랜더스의 팀 닥터인 플러스병원 유동석 원장은 "시즌 중 발생하는 부상 관리와 함께 시즌 전후에도 부상 부위를 검사해 관리한다"며 "또한 새로 입단하는 선수들의 메디컬 테스트 결과를 선수 및 코치진과 공유하면서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종합적인 건강 관리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팀 닥터가 경기 중 어떤 상황에서 부상이 발생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부상 우려가 높은 상황을 알려주기도 한다. 유동석 원장은 "투수들의 경우 팔꿈치 부상이 가장 빈번한데, 구속을 높이려면 팔꿈치 부위에 부하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 어깨 병변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도 많다"며 "타자들은 수비나 주루 과정에서 종아리나 대퇴부 근육이 손상되는 경우가 있고, 사구나 타구에 맞아서 다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외상 사고가 아니더라도, 7~8월 혹서기의 경기엔 탈진이나 고온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도 팀 닥터는 치료를 돕고, 건강 관리에 대한 조언을 나눈다.
간혹 의사가 아닌어도 물리치료사, 운동관리사, 재활훈련가 등을 팀 닥터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이들도 선수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의사가 아닌 만큼 명칭 사용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 지난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대표님의 팀 닥터 A씨가 폭행 혐의로 구속되자 대한의사협회는 A씨는 의사가 아니라며 정확한 명칭 사용을 당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의사면허를 취득한 의료지원 총괄책임자를 '팀 닥터(팀 주치의)', 팀의 부상 예방을 위한 실무 진행자를 '의무트레이너'라고 부르도록 권고한다.
◇팀 닥터는 체력 관리만? '정신력 관리'도 중요해
팀 닥터의 역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엔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관리하는 '심리 닥터'도 존재한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체력 관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정신력 관리이기 때문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정신적으로 고통받거나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는 선수들은 상당히 많다. 실제 메이저리그의 잭 그레인키 선수는 불안장애를 앓으며 '최다패'라는 불명예를 안는 등 부진을 겪었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극복해 재기에 성공하면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kt위즈의 심리 닥터를 맡았던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스포츠는 인간이 참여하는 것인 만큼 신체적 요인뿐 아니라 심리적 요인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열심히 훈련한 선수가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 심리 닥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이러한 심리 닥터의 역할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아닌, 스포츠 심리 전공자들이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한덕현 교수는 선수와 지도자들을 위한 '스포츠 마인드 트레이닝'이라는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특히나 많은 선수는 '열심히 연습한 만큼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두려움을 갖곤 한다. 한덕현 교수는 큰 목표를 갖되, 작은 목표를 하나하나 달성해가며 불안감을 없애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교수는 "왜,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체성과 방향성을 먼저 설정하라"며 "이후 경기 때마다 자기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점차 불안감이 자신감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심해도 생기는 부상… 보다 체계적 관리 필요
선수에게 부상은 선수 생활을 위협하고, 팀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문제다. 어떤 선수도, 구단 관계자도 원하지 않는 부상 사고는 불청객처럼 자꾸만 찾아온다. 단순히 '운이 나빴다'고 하긴 어려운 문제다. 지난 2018년에는 프로야구 전 구단 차원의 부상 방지와 경기력 향상을 위해 'KBO 의무 협의회'가 개설됐다. 단순히 개별 구단 선수들의 건강 관리뿐 아니라, 최대한 부상을 막기 위한 사례와 수치 공유, 규칙 제정 등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산하의 정식 기구는 아니지만, 각 팀에 소속된 팀 닥터와 트레이닝 코치가 모여 부상 방지를 위한 사례 분석과 의견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동석 원장은 "혹서기·미세먼지가 심한 날 등은 선수단 운용이나 경기 지침에 대해 조언하거나, 부상 방지를 위한 투구 수 제한 등도 논의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정식 기구로 편입돼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