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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모두 O형인데 AB형 자녀 나오는 이유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4/04 20:00
혈액형 검사는 가장 간단한 친자 확인 검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에서는 외도를 들키지 않기 위해 혈액형을 따져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식선에서 나올 수 없는 결과가 실제로 가능한 경우가 있다. O형 부모 밑에 A, B, AB형 자녀가 나오는 경우다.
부모 중 한 사람이 봄베이(Bombay) O형이라면 가능하다. 봄베이 O형은 A, B형의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혈액형 검사 결과가 O형으로 표현되는 혈액형이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이유는 혈액형 검사가 유전자를 확인하는 게 아닌 항원-항체 반응을 통해 결과를 내는 검사이기 때문이다.
혈액형 검사는 적혈구의 항원과 핏속 맑은 액체(혈청)에 있는 항체(응집소)의 반응으로 이뤄진다. A형은 A항원이 달린 적혈구와 B항원과 엉켜버리는 anti-B 응집소를 가지고 있고, B형은 B항원이 있는 적혈구와 anti-A 응집소를 가진다. 따라서 두 혈액이 만나면 A형 항원과 B형 응집소, B형 항원과 A형 응집소가 엉켜 응고된다. 혈액형 검사는 이런 항원-항체 반응을 보고 결과를 낸다. AB형은 항원이 모두 있고 항체는 없으며, O형은 항원은 없고 항체는 모두 있다.
봄베이 O형은 분명 A 또는 B형의 ‘유전자’는 갖고 있지만, 적혈구에 항원이 생기지 않아 혈액형 검사를 했을 때 마치 O형처럼 보이게 된다. A나 B 항원이 생기려면 적혈구에 H항원이 먼저 생겨야 하는데, 봄베이 O형은 H항원이 만들어지지 않아 A나 B항원이 생기지 못하는 것. 부모 중 한 명이 봄베이 O형이라 A나 B형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자녀는 O형 부모 밑에서도 A나 B형으로 표현될 수 있다. 다만, 부모 모두 봄베이 O형이라면 자녀도 봄베이 O형이기 때문에 어떤 유전자를 가졌는지와 무관하게 O형으로 표현된다. 부모 모두 O형이라도 아주 드물게 자녀가 AB형일 수도 있다. 부모 중 봄베이 O형인 사람이 cis-AB형인 경우다. cis-AB형은 A, B 항원을 만드는 유전자가 염색체 하나에 동시에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