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검사, 바이러스 전파 통제 효과있지만 효율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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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부 지역에서 정확도를 이유로 외국인을 포함한 입국자에게 코로나19 항문 검사를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항문 검사 효율성에 의문을 표한다./사진=중국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의료진이 엉덩이를 내밀고 엎드려 있는 모형의 인형 앞에 서서 기다란 면봉을 꺼냈다. 면봉 끝을 인형 항문에 3~5cm 정도 삽입한 후 4~5번 정도 회전시킨 뒤 항문에서 빼냈다. 중국의 한 온라인 매체에서 올린 항문 코로나 검사 시범 영상의 장면이다. 현재 항문 검사는 중국의 베이징, 산둥성 칭다오, 장쑤성 양저우 등 일부 지역에서 입국객,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사람, 집단이 모이는 장소를 이용하는 사람 등 감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초 베이징의 한국 교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항문 검사를 강요받았다는 불만이 올라오면서 화제가 됐다. 잊혀지는 듯하다, 지난주 일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일부 중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항문 검사에 일본인을 면제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논란이 일고 있다. 감염병 전문의 리퉁정은 중국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항문 검사를 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정확도가 높다면, 우리도 도입해야 하는 걸까?

◇더 정확하다기보단, 전파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어
항문 검사는 더 정확한 검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바이러스 전파 확률을 더 엄격하게 통제할 수는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호흡기보다 장관과 대변에 더 오래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항문 검사를 하면 호흡기 검사 결과 음성을 받은 사람의 대변에서 살아남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화장실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아주 드문 가능성까지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세계 표준 코로나19 진단검사법인 비인두도말 PCR 검사는 콧속이나 목 뒤 깊숙이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인 만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확진 환자의 콧속이나 목 뒤에 가장 많이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초기 호흡기를 통해 들어온 바이러스는 상기도에 있다가, 다음 폐에서 증식하고 마지막에는 장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체내를 지나오는 과정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바이러스가 대변을 통해 나오게 된다. 세브란스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는 “건강한 사람은 완치 후 대변 검사를 했을 때 2주 만에도 음성이 뜬다”면서도 “아주 드물게 어떤 사람은 완치 후 2달이 돼서도 대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완치 확정된 아이들의 대변을 검사해본 결과 3분의 2가 2달이 지나서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 전문가들, 항문 검사 효율성에는 의문 표해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의 대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음에도, 국내 전문가들은 항문 검사에 의문을 표한다. 한양대 감염내과 김봉영 교수는 “완치 판정을 받고도 대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진짜 코로나를 감염시킬 수 있는 활성형 바이러스인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화장실에 남아있는 바이러스는 실제로 전파될 가능성이 작다.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혈액이나 대변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확인할 수 있지만, 죽어 있는 바이러스도 함께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며 “인후 검사가 가장 정확도가 높은데, 중국에서는 워낙 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서 과할 정도로 검사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항문 검사를 할 시간에 차라리 지금처럼 더 많은 환자에게 인후 검사를 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이혁민 교수는 “실제로 항문 검사가 전파력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으려면, 코·목 인두 검사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며 “그럴 여력에 차라리 더 많은 사람에게 인후 검사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인 만큼 전파가 가능한 활성형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호흡기 상피세포에 붙어있다. 인·후두 검사 없이 항문 검사만 하는 것은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진다. 또 제대로 공중화장실을 제대로 소독한다면, 화장실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은 더 떨어진다.

◇우리나라 사람, 중국으로 갈 때는…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이 중국으로 갈 때도 항문 검사를 해야 할까? 엽기적으로도 보이는 중국의 코로나19 항문 검사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외교부 최영삼 대리인은 “한국인은 대상이 아니다”며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조기에 교섭을 해, 연초부터 중국 측 방역 요원이 분변 샘플을 직접 검체·채취하는 대신 간접 제출 방식이 적용되도록 했다”고 2일 밝혔다.간접 제출 방식으로 분변 검사를 하게 되면, 항문에 면봉을 넣어 직접 채취하지 않고 검사 대상자가 제출한 분변을 통해서만 검체를 채취하게 된다. 

대변을 검사 대상이 직접 채취해 제출하는 분변 간접 제출 방식과 직접 채취 방식 사이 검사 정확도 차이는 없다. 이혁민 교수는 “분변 채취와 항문 직접 채취 사이 결과 차이는 별로 없다”며 “중국에서 직접 채취를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 것을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간접 제출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김봉영 교수는 “항문 근처가 아닌 항문 위쪽 장 상피세포를 확인해야 한다”며 “항문 검사하는 방역 요원이 면봉으로 항문 근처 조직만 채취했을 경우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