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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는 수돗물보다 깨끗? 관리 안 하면 '세균 덩어리'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10/13 10:20
인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는 등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정수기의 수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이 가정용 정수기 수질에 대한 위생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 가정집의 위생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용 정수기에서 나온 물, 대장균·세균 검출
한국소비자원은 일반 가정에서 마시는 환경과 동일하게 정수기 물을 멸균병에 채수해 수질을 검사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 40가구 중 직수형·자가관리 1가구의 정수기 물에서 총대장균군이 검출됐고, 일반세균은 평균 257CFU/ml 수준으로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서 규정한 식수용 수돗물 기준인 100CFU/ml보다 높았다.
진균(곰팡이균)은 0~4CFU/ml 수준으로 검출됐지만 「대한민국약전」 상 밀·옥수수 전분, 꿀 등의 진균 기준(100CFU/g 이하)과 비교하면 안전한 수준이었다. pH 농도도 6.7~7.8로 식수용 수돗물 기준(5.8~8.5) 이내로 적합했다.
정수기 '취수부' 세척만해도 총대장균군 사라진다
이후 정수기의 물이 나오는 부분인 취수부(코크)를 살균 소독(83% 에탄올)한 후에 정수기 물을 채수해 시험한 결과 소독 전에 검출됐던 총대장균군이 검출되지 않았다.
특히 총대장균군이 검출되었던 1가구는 4년간 취수부(코크) 관리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아 코크에 검정색 이물질이 묻어나는 등 위생상태가 불량했다. 소독 후에는 총대장균군이 불검출 된 것으로 보아 취수부(코크) 소독으로 위생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세균 또한 취수부 소독 후 평균 126CFU/ml 수준으로 50.8% 감소했다. 일반세균은 체내에서 직접 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으나 일부는 기회성 병원체(면역반응장애 등 특정 환경조건에서만 병원성을 갖는 생물체)로 기회감염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필터·저수조·직수관 및 취수부 등에 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
대부분 가정에서 취수부 관리 필요성 인지하지 못해
조사대상 40가구 중 3가구(7.5%)만이 취수부 관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평소에도 관리하고 있었으나, 대부분 가구는 렌탈 업체의 청소 서비스에 위생관리를 위임하고 별도의 관리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가정용 정수기의 위생관리 주체는 소비자이므로, 렌탈 업체의 청소 서비스 여부와 관계없이 정수기 주변부 및 취수부에 대한 주기적인 위생관리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정수기를 판매·대여하는 13개 업체(LG전자, SK매직, 교원, 바디프랜드, 원봉, 위닉스, 청호나이스, 코웨이, 쿠쿠, 한국암웨이, 현대렌탈서비스, 현대렌탈케어, 피코그램)에 ▲렌탈 케어 서비스에 취수부(코크) 소독을 포함시켜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취수부(코크)에 대한 위생관리의 필요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에게 안내 가이드를 제공해 줄 것을 권고했다.
<가정용 정수기의 선택 및 위생관리 가이드>
1. 자가·렌탈 여부를 상황에 맞게 선택한다.
자가의 경우 비용은 저렴하나 필터 교체 및 청소를 스스로 진행해야 하고 렌탈의 경우 비용은 높으나 코디네이터를 통한 주기적인 관리가 가능해 유지비용 및 성향에 맞게 선택한다.
2. 내·외부 청소 가능 여부를 보고 선택한다.
정수기는 주기적인 위생관리가 중요하므로 취수부(코크) 부분이 탈부착이 가능해 청소가 간편한지 여부를 살피고 특히 저수조형의 경우 저수조 내부까지 청소가 가능한지 고려한 후 선택한다.
3. 사용설명서 숙지 및 주기적인 청소
사용설명서에 나와 있는 필터교체 시기·방법, 플러싱 및 UV살균기능 등을 숙지해 위생관리에 신경 쓴다. 취수부(코크)는 커피 등이 튀거나 손으로 접촉해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어 최소 1~2주에 한 번씩 중성세제나 알코올 등을 사용해 청소한다. 렌탈 서비스를 받는 경우에도 취수부(코크) 관리 주기가 길기 때문에 수시로 자가 청소해 관리한다.
4.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일정량 물을 흘리고 사용
매일 아침, 정수기 내부 관에 고여 있던 물에서 미생물이 증식할 우려가 있어 1~2컵 정도 물을 버리고 사용한다. 특히 장기간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잔류염소가 사라져 부착 생물막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2~3분간 물을 흘리고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