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뱀에 의한 '눈돌림신경마비' 국내 첫 발생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 김명주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20/09/01 14:29
뱀에 물리면 안구 운동 장애, 눈 처짐 등이 증상인 ‘눈돌림신경마비’가 생길 수 있다는 국내 첫 사례가 보고됐다.
영남대학교 의대 안과학교실 연구팀이 대한안과학회지에 최근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58세 남자가 오른쪽 손가락을 뱀에게 물린 뒤 오른쪽 눈꺼풀이 처지고 오른쪽 안구에서 운동 장애 증상이 나타났다. 환자에게 혈액검사를 한 결과, 혈액응고에서도 이상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환자가 과거 병력·기저질환이 없는 점, 혈액검사 결과, 환자의 눈에 나타난 이상 증상을 바탕으로 단안 눈돌림신경마비를 진단했다.
눈돌림신경마비는 눈을 움직이는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이 마비된 것이다. 환자는 입원 후, 항생제 복용 등의 치료를 받아 서서히 호전됐고 8개월 후 증상이 회복됐다.
연구팀은 뱀독이 혈액응고 장애와 혈관염 등을 유발해 허혈(장기·조직에 혈액공급이 부족한 상태) 합병증을 일으키는데, 눈돌림신경과 관련된 미세혈관이 허혈에 의해 마비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연구팀은 눈 운동신경은 해부학적 특징으로 인해 미세혈관 허혈의 영향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
논문에서 연구팀은 “국내외에서 뱀에 물린 후 후천 사시와 복시(1개의 물체가 2개로 보이거나 그림자가 생겨 이중으로 보이는 것)가 생겼다는 보고는 많지만, 단안 눈돌림신경마비가 나타난 경우는 처음”이라며 “뱀에 물리면 오심·구토·저혈압 등이 생길 수 있는데 안구가 잘 움직이지 않고 눈꺼풀이 처지면 눈돌림신경마비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뱀에 물리면 눈에 포도막염, 시신경염, 그리고 후천 사시에 의한 복시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지체 없이 응급실에 가야 한다. 병원에 가는 동안,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행동은 금한다. 뱀독이 몸속에 빨리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물린 부위를 입으로 빨아내는 행위는 2차 손상의 위험이 있어 해선 안 된다. 뱀독이 퍼지는 것을 막으려면 물린 부위 상단부를 옷이나 줄 등으로 묶으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너무 꽉 묶으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니 손가락 한 개가 지나갈 정도로만 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