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면역력, 장내 미생물에 달려… 혈관질환·천식뿐 아니라 치매에도 영향

◇체내 미생물이 '건강' 좌우
학계는 체내 미생물의 건강 효과에 주목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적정량 섭취했을 때 건강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을 총칭하는 단어다.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이 대표적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우리 몸속 미생물 총(總)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의 유익균 비율을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각각 '게놈(geno-me)'이라는 고유 유전 정보를 가졌는데, 마이크로바이옴이 '제2의 게놈'이라 불릴 정도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각기 다른 마이크로바이옴을 지니고 있고 이 차이에 의해 각종 질환 발병률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뇌질환과 연관성 밝혀지기도
체내 미생물은 장(腸)에 가장 많다. 더불어 면역력을 좌우하는 면역세포의 70%가 장에 분포해, 장내 미생물이 몸의 면역력을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많다. 최근 한국식품연구원은 담배연기 추출물 등으로 호흡기를 손상시킨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만 3주간 프로바이오틱스 KF511을 섭취하게 했더니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군만 염증 유발 단백질이 감소하고 폐조직 섬유화(딱딱하게 굳는 현상)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장내 미생물이 염증성 장질환 치료 효과를 내고, 혈관질환·천식·알레르기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보고됐다. 최근에는 자폐증·치매·파킨슨병 등 뇌 질환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가 2016~2017년 건망증으로 진료받은 평균 74세 남녀 128명을 대상으로 대변 속 세균의 DNA를 추출하고 장내 세균총 구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치매 환자의 장 속에는 '박테로이데스'라는 균이 정상인보다 훨씬 적었다. 박테로이데스는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인체에 이로운 세균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섭취 도움
체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익균과 유해균 비율은 85대15가 가장 이상적이다. 이를 유지하려면 화학첨가제가 든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 고지방식품 섭취를 줄여야 한다. 섬유소가 풍부한 곡류·채소·과일을 많이 먹는 것도 좋다. 더불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섭취하는 게 효과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유익한 유산균 증식' '유해균 억제' '배변활동 원활' 기능성을 인정했다. 특히 유심히 봐야할 것은 '장내 생존율'이다. 균 자체의 질이 아무리 좋아도, 식도와 위를 거쳐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이를 이유로 아예 균수를 늘리거나, 겉에 보호막을 코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명 '프롤린 유산균'이 등장했다. 프롤린이라는 아미노산을 유산균에 첨가한 것이다. 프롤린이 유산균과 만나면 유산균의 갑옷 역할을 해 균주 자체의 내산성(산에 견디는 정도), 내담즙성, 안정성을 높인다.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는 영양분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배합한 '신바이오틱스'도 등장했다. 한편, 프로바이오틱스의 일일 권장 섭취량은 1억~100억 마리다. 과도하게 섭취하면 장내 가스 발생, 설사 위험이 있어 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