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물건 훔치는 '도벽'… 약으로 치료 가능하다?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5/27 10:41
최근 화제가 됐던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극중 이태오와 지선우의 아들 이준영군이 물건을 훔치는 '도벽' 증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드라마에서의 묘사만으로 진단내릴 수 없지만, 실제 청소년기 후반부터 '병적도박'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는 "병적도벽은 일반적 절도를 저지르는 좀도둑과 구별되는 '정신적 장애'"라며 "상담이나 약물 치료로 증상 개선을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질병"이라고 말했다.
병적도벽 환자는 자신에게 쓸모 없는 물건이라도 훔치고자 하는 충동을 이기지 못한다. 훔치기 직전의 긴장감과 이후의 기쁨, 충족감,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즉, 좀도둑과 달리 '훔치는 행동'이 목적이다. 병적도벽은 전 인구의 0.3~0.6%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여성이 조금 더 많다고 알려졌다.
권준수 교수는 "병적도벽의 원인은 잘 밝혀지지 않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부모의 이혼 등 아이에게 가해진 정신적 충격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고 대인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돈 보다는 식품이나 일회용 생활용품을 훔친다.
권준수 교수는 “병적도벽이 훔치기 전 긴장감을 느끼고 훔친 후 만족감을 느낀다는 측면에서 강박증과 관련되어 있다는 의견도 있고, 치료 역시 비슷한 약물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병적도벽이 반복돼 법적 문제로 비화되면 현실적 혹은 심리적으로 안 좋은 상황으로 치닫는다"며 "그전에 충분한 상담과 치료를 통해 충동 조절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손지훈 교수는 "병적도벽에는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 다양한 상담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 등 약물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치료 성과를 크게 좌우하는 것은 무엇보다 치료를 받고자 하는 환자의 자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