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능성 의류의 비밀

옷과 피부 사이, 몇 밀리미터 안 될 그 작은 공간에 '과학'이 숨어 있다. 그 공간 안에서 온도, 습도, 공기의 흐름 등 '옷 속 환경'이 결정된다. 옷 속 환경이 잘 유지되면 더위, 추위 등 외부환경과 상관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통기성, 흡수력, 자외선 차단 등을 갖춘 첨단 기능성 의류의 개발 시도는 옷 속 환경의 과학적 관리 차원에서 봐야 한다. 젊은 세대의 개성을 담아낸 미니멀한 디자인은 덤이다. 요즘처럼 낮밤 기온이 큰 폭으로 변하는 환절기일수록 기능성 의류들에 담긴 '과학'이 빛을 발한다.


◇옷 속 환경 쾌적하게 유지하는 옷 골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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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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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옷은 일반 면 티셔츠보다 열을 빨리 식히고 부드러운 촉감을 갖추는 등 더 나은 ‘옷 속 환경’을 제공한다. 빠른 열 배출기능(사진 위)과 부드러운 촉감(아래)을 나타낸 그래픽.
옷 소재는 계절에 민감하게 연동된다. 기온이 오르는 5월에는 '열 배출'을 고려해 옷 소재를 골라야 한다. 점점 더워지는 하절기로 갈수록 열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무더위 속에 열이 쌓이면 다양한 신체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높아져 가는 열을 잘 배출하지 못하는 옷을 입으면 체온이 계속 올라 쉽게 지칠 수 있고, 심각해지면 '열사병(熱射病)' 위험도 있다.

이때 통기성을 갖춘 옷을 이너웨어로 입으면 '옷 속 환경'이 쾌적해지고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통기성 기능의 옷은 열 배출을 촉진하고 공기 순환이 잘 이뤄지게 해 체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기존 옷감인 메쉬를 더 얇게 만든 '마이크로 메쉬'를 적용했고, 피부가 옷에 닿았을 때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접촉냉감' 기능을 갖춘 옷도 있어 열 관리에 도움을 준다.

또 다른 요소인 땀도 고려해야 한다. 땀이 마르지 않은 채로 옷을 입고 있으면 피부에 습진이 생기거나 피부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마르면 악취가 발생하고, 여기에 피부 각질 등 노폐물이 더해지면 냄새가 심해질 수 있다. 악취는 건강뿐 아니라 대인관계까지 망치는 계절성 '복병'이므로, 땀을 알맞게 관리해 냄새를 없애는 게 좋다.

최근에는 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극세섬유'로 땀을 빠르게 흡수하는 옷이 개발되기도 했다. 기존에 사용되던 면이나 드라이 합성섬유를 소재로 쓰는 대신, 머리카락의 12분의 1 굵기까지 줄인 옷감을 사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극세섬유는 '모세관현상(인력에 의해 얇은 관 속으로 액체가 차오르는 현상)'을 이용해 빠르게 땀을 흡수하고, 신속하게 건조하는 기능이 있다.

◇습도, 자외선까지 막는다… 기능성 섬유

날씨가 따뜻해지면 더위를 피하려 이너웨어를 입지 않고 홑겹으로만 입는 등 옷을 최대한 조금만 입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감기에 걸릴 수 있어 건강을 위해서는 체온단속을 해야 한다. 이때 옷을 2벌 이상 입는 게 좋지만, 끈적함이나 땀 때문에 겹쳐 입기를 피하는 사람이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에는 액체뿐 아니라 습기도 방지하는 '흡방습 기능'의 옷감이 등장했다. 흡방습 기능은 옷과 피부 사이에 발생하는 습기를 흡착·배출하는 기능으로 '숨쉬는 섬유'라고 불린다. 실제로 기존 폴리에스테르 원단 속옷보다 수분을 약 25배 잘 흡수해, 땀이나 습기가 끼는 걸 방지할 수 있다. 매끄러운 감촉에 신축성까지 갖춘 흡방습기능 섬유는 민감한 피부에도 자극을 주지 않아 특히 속옷으로 적합하다고 평가받는다.

활동량이 많아지는 5월부터는 자외선을 고려해 옷을 선택하는 게 좋다. 옷이 얇아질수록 자외선에 노출되는 피부 부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햇볕은 15분 정도 쬐면 비타민D를 생성하는 등 도움을 주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면 피부 침착, 피부 노화 등을 일으킨다. 옷을 입었다 해도 강력한 자외선은 섬유 사이사이로 뚫고 들어오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갖춘 옷을 선택하는 게 좋다. 최근에는 자외선 차단 기능(UV-Protection)을 적용한 옷이 등장해 혹시 모를 자외선 침투를 막아준다. 선크림에 자외선 차단 기능 옷을 입으면 보호막을 2개나 걸친 효과가 있다.

◇속옷 넘어 일상복으로도 진화

다양한 기능을 갖춘 옷들은 속옷뿐 아니라 일상복에도 적용되고 있다. 최근 유니클로는 기능성 이너웨어를 겉면은 '면'으로, 안쪽은 기능성 섬유로 제작함으로써 평소에도 입을 수 있도록 진화시켰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면티셔츠지만, 속에는 통기성, 흡방습, 자외선차단 등을 갖춘 기능성 옷으로, 하나의 티셔츠로 두 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올해 새롭게 출시한 '에어리즘 코튼'이 대표적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요소 '의식주(衣食住)' 중 첫째인 옷은 이제 개성을 넘어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알맞은 옷을 고르면 개성도 챙기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만큼 환절기를 맞아 기분 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