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다리에 힘 빠지면 '응급 상황' 허리 질환 치료도 '골든타임' 있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5/06 05:40
신경마비, 수술 늦으면 기능 회복 안 될 수도
다리 힘 빠짐 증상, 치료 지체하면 예후 나빠
전문의 찾아 정확한 진단·치료 계획 수립을
환자 대부분은 주사 등 보존적 치료로 호전
효과 못 보면 수술… 구멍 2개 내시경 가능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가야 할 때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같은 허리 질환도 응급일 때가 있다. 먼저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으로 신경마비가 생기고, 이 때문에 대소변이 안 나올 정도라면 '초응급' 상태이다. 이때 빨리 수술을 받지 않으면 배변·배뇨 기능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초응급까지는 아니지만 응급 상황도 있다.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날 때다. 역시 디스크나 협착증이 심해 신경이 눌려 다리에 힘이 빠지고 근육이 줄어드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인데, 이 때는 시간을 지체하면 나중에 치료를 해도 치료 결과가 나쁠 수 있다. 최일헌 병원장은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났는데 치료를 하루이틀 미루다 보면 치료 후 재활이 한 달 이상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응급은 아니지만 허리 통증이 심해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신경주사를 맞았는 데도 3개월간 효과가 없을 때이다. 이 때는 결국 수술을 해야 한다.
◇95%는 비수술 치료로 해결
허리디스크 같은 허리 질환은 수술을 해도 통증이 계속 되기 때문에 병원 내원 자체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최일헌 병원장은 "수술이 급한 것이 아니라 MRI 등의 영상검사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알고, 이에 따른 치료 계획을 짜는 것이 시급한 것"이라며 "허리 질환의 95%는 수술 없이 보존적 치료만으로 좋아진다"고 말했다. 허리 통증 치료는 약과 신경주사(염증이 있는 신경에 스테로이드·국소마취제 투여)가 기본이다. 통증 조절이 목적이며, 이런 치료로 허리 통증이 좋아지면 평생 운동 재활을 통해 재발을 막으면 된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탈출한 디스크가 자연스럽게 흡수되면서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 그래서 3개월 간은 비수술적인 치료를 하라고 권고한다.
그러나 5%는 결국 수술을 해야 한다. 약이나 신경주사를 써도 아프고, 마비 증상이 있는데 미루다보면 큰 후유증이 온다. 최 병원장은 "허리 수술을 해도 불만족스러워 하는 이유는 통증이 100%가 아니라 80% 없어지기 때문"이라며 "나머지 20%는 잔여 증상으로 3~12개월간 천천히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나마 수술을 적기에 해야 잔여 증상이 작게 남고, 빨리 없어진다.
허리 질환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허리에 통증이 있으면 무조건 참지 말고, 자신의 상태를 알고 치료든 재활이든 앞으로 어떻게 '버틸까'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최 병원장은 설명했다.
비수술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 수술을 하는데, 과거에는 디스크나 척추 뼈 등을 제거하고 나사못을 이용한 척추 고정술을 했다. 척추 고정술은 피부를 10㎝ 이상 절개해 근육을 벌리고, 문제가 있는 척추뼈를 드러낸 뒤 나사 못을 박고 뼈를 이식하는 '대수술'이었다. 최일헌 병원장은 "병변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지만, 수술 후 근육이나 척추 후관절이 많이 손상돼 퇴행성 변화가 확 진행되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척추 수술도 내시경으로 한다. 최소침습의 트렌드가 척추 수술에도 적용된 것. 허리에 최소 5㎜의 작은 구멍을 두 개 만든 뒤 한쪽 구멍에는 8~10배율의 특수내시경을 삽입하고, 다른 구멍에는 수술 기구를 삽입한다. 내시경으로 보면서 흘러나온 디스크를 제거하고, 두꺼워진 황색 인대나 뼈를 잘라낸다. 이를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이라고 한다. 구멍을 두개 내는 양방향 수술의 경우는 수술에 필요한 다양한 수술 기구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수술 기구 움직임의 제한이 적으며 선명하게 잘 보이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다.
다만 내시경 수술은 척추 불안정성이 있고 여러 척추관절이 협착 돼 허리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못한다. 이 때는 나사못 이용한 척추 고정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