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임이나 회식이 많은 연말이면 음주횟수가 늘어 자연스레 피로가 쌓인다. 이러한 생활습관은 항문 건강에 악영향을 줘 주의가 필요하다.
보라매병원 외과 허승철 교수는 “지나친 음주는 항문질환 위험을 높인다”며 “이때 생기는 주요 항문 질환으로는 치핵, 치열, 치루가 있다”고 말했다.
▷치핵=항문관의 정맥에 피가 차면 항문관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부푸는 ‘울혈’이 된다. 울혈은 쉽게 출혈을 일으키고, 지속적으로 점막이 늘어뜨려 항문관 점막이 돌출된다. 허승철 교수는 “반복적인 항문관의 압력 상승 때문에 울혈이 발생한다”며 “변비를 앓는 사람이 아랫배에 반복적으로 힘을 줄 때, 배변 시 화장실에서 장시간 신문이나 스마트폰을 보며 반복해서 항문관의 압력을 상승시킬 때, 만성 피로에 노출되었을 때 등 상황에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열=항문관 상피가 세로 방향으로 찢어지면서 통증과 출혈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 치열은 대부분 수술 없이 좋아지지만 만성 치열은 대개 수술해야 한다. 치열은 변비로 인해 배변이 어려울 때, 통증으로 배변 시 항문의 이완이 잘 안 될 때, 잦은 설사 등으로 항문관이 긴장해 이완이 잘 안 될 때 생길 수 있다.
▷치루=항문 주위로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작은 통로인 누관을 만드는 질환이다. 피부 밑에서 작은 농양을 계속 만들어 통증을 일으킨다. 대부분 통증이 심하지 않고 종기가 난 것처럼 곧 터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오래 방치하면 암이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피 나고 통증 있으면 항문질환 의심
항문 질환의 공통적인 증상은 출혈, 항문 통증, 불편감 등이다. 허승철 교수는 “연속되는 연말 회식에서 음주를 하고 늦게 귀가하는 동안 아침 배변 후 항문에서 피가 났다면 내치핵 출혈일 수 있다”며 “고령자라면 배변 시가 아니라도 길을 걷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속옷에 피를 적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비데를 너무 지나치게 사용하거나, 반복적으로 항문을 자극하면 증상이 악화된다. 치핵이 진행되면 늘어난 점막이 배변 시 돌출되는데, 항문에 끼어 통증과 불편감을 주고, 속옷에 점액이 묻으며, 배변 후 출혈을 일으킨다.
허승철 교수는 “치열처럼 출혈을 일으키고 특히 배변 시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며 “배변 후 비데를 사용하거나 휴지로 뒤처리를 할 때 찢어진 항문 때문에 통증을 느낀다”고 말했다.
항문 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받아야 한다. 항문질환 증상은 직장암 증상과 구별이 어렵기 때문에 이상 증후가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좌욕, 휴식, 식이섬유 섭취 등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한다. 증상이 지속되고 호전되지 않으면 비수술적 치료 방법을 바꾸거나 식생활 습관을 바꾸는 순서로 치료를 진행한다. 이후에 수술적을 고려한다.
허승철 교수는 “치루는 발견하면 바로 수술을 시행한다”며 “보존적 치료로 치료할 수 없고, 장기간 방치하여 반복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면 암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허승철 교수는 “▲영양소 균형이 잡힌 식단 ▲꾸준한 운동 ▲적정량 섬유질 섭취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스마트폰 보지 않기, ▲배변 후 온수 좌욕 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