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알코올 중독, 술 끊고 환각·환청 생겼다면 '진전섬망' 의심
이도경 헬스조선 기자 | 전혜영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9/10/18 16:04
알코올 중독은 무엇보다 술을 끊고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오래 음주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술을 끊으면 귀신 등이 보이는 환시나 환청, 경련 등이 생길 수 있다. 일종의 금단현상처럼 나타나는 '진전섬망'이다. 아직은 많은 사람에게 생소한 '진전섬망'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금단 현상 중 가장 심한 형태에 속해, 신경 체계 혼란이 원인
알코올 중독 환자는 원래 술을 끊으면 금단 증상을 겪게 된다. 대부분 불안하고 초조한 정도의 가벼운 증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전섬망은 알코올 금단 증상 중 가장 심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알코올 금단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약 5%에서 발생하는 진전섬망은 떨림(진전)과 의식변화, 환각, 혼동(섬망) 등의 증상이 생긴다. 기억 장애, 언어 장애뿐 아니라 망상, 환시, 환청, 환각, 환촉, 환취, 경련이 생길 수 있다.
술을 끊었을 때 이러한 증상이 생기는 이유는 뇌의 신경 체계에 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뇌의 도파민(신경전달물질) 분비량을 늘리는데, 알코올 중독 환자는 많은 도파민에 적응된다. 그런데 갑자기 술을 끊어 도파민 작용에 혼란이 생기면 신체 각 부위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진전섬망은 술을 끊거나 줄인 후 2~3일 이내 나타나고, 4~5일째에 최고조에 이른다. 진전섬망이 생기기 전 불안, 초조, 식욕부진, 수면장애, 떨림 등의 전조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5~15년 지속적으로 음주한 사람이 고위험군
진전섬망이 위험한 이유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 환자의 0.5~5%가 진전섬망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전섬망으로 뇌 신경 체계에 이상이 생기면서 심장마비, 호흡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전섬망은 5~15년 정도 지속적으로 음주를 한 30~40대 알코올 중독 환자에서 주로 생긴다. 알코올 중독 환자 중에서도 오랜 음주로 간염이나 췌장염 등의 신체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잘 생긴다. 입원 중 빈맥(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있었거나, 과거 간질 발작 혹은 섬망을 겪은 환자에게 더 쉽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치료 받으면 7일 이내 좋아지지만, 진료 계속해야
진전섬망은 응급질환이지만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으므로 세심한 진찰과 검사가 필요한 질환이다. 탈수가 심한 경우가 많아, 우선 수액과 전해질을 보충하고 필수 비타민을 투여해 알코올에 의한 대사 장애와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는 치료가 진행된다. 발작이나 흥분, 환각을 방지하거나 중단시키는 약물치료를 함께 받는다. 이때 발작이나 흥분, 불안 등으로 낙상하거나 자살, 타살할 위험이 있어 환자를 수면제 등으로 안정시키기도 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치료로 상태가 나아질 때까지는 보통 7일 정도 걸리지만, 오랜 과음으로 간 질환이나 위장장애, 폐렴, 요도 감염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질환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진전섬망을 진단받은 환자는 이미 알코올 의존증이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퇴원해도 또다시 술을 마실 가능성이 크므로 지속해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