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사회와 단절된 노년층, 우울감 위험 ‘4배’
유대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9/09/08 07:14
홀로 지내는 노년층, 건강 악화 주의보
이웃들과 대화가 단절된 채 홀로 생활하는 노인은 우울감, 장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장일영 교수와 소화기내과 박형철 전임의는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평창 거주 65세 이상 노년층 408명을 관찰한 결과, 사회생활이 단절된 ‘사회적 노쇠’ 노인은 사회생활을 잘 유지하는 노인보다 우울감 발생 위험이 4배 높았다고 밝혔다.
옷 갈아입기, 세수나 양치질하기, 식사 챙겨 먹기 등 일상생활도 혼자 하기 어려운 장애 발생 위험도 2.5배 높아지는 등 사회적 노쇠가 전반적인 노인증후군 발생 위험을 높여 노년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급격히 허약해지는 ‘노쇠’…예방 필요성 강조
노쇠란 일반적인 노화 과정보다 급격히 신체기능이 허약해져 장애나 입원의 가능성이 커진 상태를 말한다. 노화는 피할 수 없어도 노쇠는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노쇠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노쇠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지금까지는 신체적인 노쇠에 대한 연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사회적 노쇠도 신체장애, 근력저하, 인지기능 저하, 사망에도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대상자 표본과 건강 수치가 유사한 평창군 65세 이상 노인은 국내 노인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표본집단이다. 이에 이은주 교수팀은 2018년 한 해 동안 평창군 408명(남자 172명, 여자 236명, 평균나이 74.9세)을 대상으로 사회적 노쇠 유병률과 신체적 노쇠, 노인증후군 및 장애와의 연관성을 알아보았다.
사회적 노쇠 진단 방법을 통해 408명 중 노쇠는 84명(20.5%), 노쇠 전 단계는 121명(29.7%), 정상은 203명(49.8%)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노쇠로 나타난 84명 노인 중 여성이 59명(70.2%), 남성이 25명(29.8%)으로 여성이 2배 이상 많았다. 남성보다 바깥활동이 적고, 혼자 사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여성에서 사회적 노쇠가 더 많은 주요한 원인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노쇠인 노인들의 우울감 발생 위험이 4배로 나타났고, 장애 발생은 2.5배로 나타났다. 이외에 인지기능장애와 근감소증, 영양부족, 낙상 위험도도 높아져 사회적 노쇠가 노인증후군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평창군 노인 408명 중 신체적 노쇠 유병률은 67명(16.4%)으로 사회적 노쇠(20.5%)보다 적게 나타났다. 신체적 노쇠와 사회적 노쇠가 동시에 있는 사람은 37명(9.1%) 이었지만, 신체적 노쇠 없이 사회적 노쇠만 있는 사람도 47명(11.5%)이나 차지했다.
사회적 노쇠의 점수는 신체적 노쇠의 점수와도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으며, 장애를 예측하는 데 있어 사회적 노쇠는 신체적 노쇠만큼 좋은 예측능력을 보였다.
연구진은 신체적 노쇠와 사회적 노쇠를 합한 10가지의 문항으로 조사하는 것이 장애를 예측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이은주 교수는 “연구에서 우리나라는 신체적 노쇠보다 사회적 노쇠를 가진 노인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사회적 노쇠와 노인증후군과의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이들은 모두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건강악화 고위험군”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일영 교수는 “신체적으로 노쇠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노쇠가 있다면 노인증후군의 발생 위험이 높다”며 “이를 인지해 신체적인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이웃들과 자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공중보건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연구·공중보건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