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건강 운전법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2009년 1만1998건에서 매년 10.7% 증가해 2018년 3만1012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 연령대에서는 23만여 건에서 21만여 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고령자는 왜 운전 사고에 취약할까.

◇고령자 교통사고 증가, 기능 저하가 원인


운전은 감각·인지·신체 기능이 총동원돼 이뤄진다. 그런데 노화가 진행되면서 이들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여기에 질병 요인까지 더해진다.



이미지
고령 운전자는 감각·신체·인지기능의 전반적인 저하를 인정하고 운전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야간 운전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감각기능=운전에는 시각과 청각이 중요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물체를 파악하는 능력인 정지시력과 동체시력은 40세부터 저하해 60대에는 30대보다 80% 수준으로 떨어진다. 70세 이후의 동체시력은 0.1 수준이다. 야간시력도 급감하는데 75세 운전자가 시각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25세보다 약 16배의 빛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야간에 도로 바닥이 젖어 있을 경우 시야 거리는 32% 더 감소한다. 고령자 운전자의 시야각은 40% 이상 축소돼 주변 신호에 둔감해진다. 빨간색과 파란색을 판독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청력도 65세 이상부터 30% 이상 손실돼 주변 상황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인지기능=주변 상황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인지기능은 돌발 상황 대처에 필수다. 국립재활원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는 젊은 운전자보다 반응 시간 및 속도 예측이 느리고 핸들 조작 및 동시 조작 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도로 주행 검사에서 합격한 비율은 고령 운전자가 61.8%로 젊은층(91.7%)보다 낮았다. 돌발 상황 대처 능력도 젊은 운전자는 반응 시간은 0.7초지만 고령자는 1.4초가 넘었다.



이미지
▷신체기능·만성질환=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꺾는 등 돌발 상황에 대처하려면 신체기능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년층 근육량은 60대부터 급격히 떨어져 80대가 되면 30~40대에 비해 약 40%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돌발 상황에 반응하는 시간이 젊었을 때보다 2배로 길어진다.

여기에 만성질환까지 있으면 사고 위험도는 더 커진다. 실제로 노년층 중 신경질환이 있으면 1.75배, 당뇨병이 있으면 1.56배, 협심증이 있으면 1.52배 사고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는 "운전 시 주변 정보를 습득하고 처리하는 기능이 필요한데, 나이가 들면서 기능저하를 피할 수 없다"며 "정상적인 노화뿐 아니라 경도인지장애, 뇌졸중, 부정맥 등 질환이 있거나 고혈압약, 당뇨약 등 약물을 복용한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었을 때보다 '천천히·안전히'


사고 위험을 막으려면 고령 운전자는 좌석을 높게 조정해 시야를 최대한 넓게 확보해야 한다. 라디오나 음악의 볼륨을 낮추고 에어컨이나 히터를 약하게 가동하는 게 좋다. 차 소음이 경적 소리나 내비게이션 알림을 잘 듣지 못해 순간 대처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화는 막을 수 없는 자연 현상이기 때문에 최대한 그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세대 작업치료학과 정민예 교수는 "신체기능은 운동으로, 인지기능은 두뇌활동을 통해 퇴화를 늦출 수 있다"며 "꾸준히 운동해 근력과 순발력을 유지하거나 독서, 취미활동,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 등 전반적으로 치매 예방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노년층은 젊었을 때보다 신체기능이 떨어졌다는 점을 인지하고 천천히 운전해야 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김상옥 박사는 "특히 70세 이상에서는 운전자 본인 사망이 크게 증가한다"며 "고령 운전자는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운전에 유의하고 평소 신체능력을 유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예 교수는 "도로가 한산한 시간대에 최대한 안전하게 운전하고 가급적 집 근처까지만 다니는 것이 권장된다"며 "특히 사고 위험이 높은 밤에는 최대한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