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항콜린성 약물 오래 먹으면 치매 위험 증가"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9/05/07 08:47
서울대 보건대학원, 19만명 분석… 복용량 많을수록 치매 위험 높아
서울대 보건대학원 역학연구실 조성일 교수와 정경인 박사(약학정보원 학술정보센터장) 연구팀은 2002~2013년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이용해 국내 19만1805명의 60세 이상 노인을 항콜린성 약물 복용량에 따라 네 그룹(하루 최저 용량 수준으로 1년 중 ▲120일 이상 복용 ▲50~119일 복용 ▲10~49일 복용 ▲0~9일 복용)으로 나눴다. 그리고 9~ 12년 추적해 그룹별로 치매 위험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항콜린성 약물을 가장 많이 복용한 그룹과 그 다음으로 많이 복용한 그룹이 항콜린성 약물을 가장 적게 복용한 그룹보다 알츠하이머 위험이 각각 39%, 19% 높았다.
2002년에 60~65세였던 비교적 젊은 노인만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항콜린성 약물 복용량이 많아질수록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이 더 높았다. 이들에서는 항콜린성 약물을 가장 많이 복용한 그룹과 그 다음으로 많이 복용한 그룹이 항콜린성 약물을 가장 적게 복용한 그룹보다 알츠하이머 위험이 각각 83%, 43% 높았다. 한편 전체 노인 중 항콜린성 약물을 1년 중 50일 이상 과도하게 복용한 비율은 약 13%에 달했다.
정경인 박사는 "아세틸콜린은 뇌에서 인지 기능과 기억력을 담당한다"며 "항콜린 성분으로 아세틸콜린 기능이 억제되면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실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은 아세틸콜린이 감소해 있다. 항콜린성 약물이 인지기능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실제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는 전 세계 2~3건 정도다.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임과 동시에 대규모로 진행돼 의미가 크다.
정경인 박사는 "노인들은 여러 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항콜린성 약물을 중복 복용하기 쉽다"며 "감기 약 등을 단기간 복용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우울증, 파킨슨병, 요실금 치료제 등을 장기간 중복 복용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며 이들 약을 처방 받을 경우 다른 약 복용 사실을 의사, 약사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