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자폐 장애 아동과 '하이파이브' 해 보세요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 김영훈 교수
입력 2019/04/22 16:12
김영훈 교수의 아이 마음 건강
4세 남아가 억양이 매우 단조롭거나 특정 어구나 단어를 반복하는 언어지연 때문에 병원에 왔다. 부모가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하는 대신 상대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반향어’를 보이고, 미니카를 한 줄로 세우는데 집착하였다. 부모에게 물어보니 저녁뉴스 배경 음악을 과도하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진단해보니 자폐스펙트럼장애(ASD)였다.
아이들은 보통 생후 6개월이 되면 주위 환경을 탐색하고, 눈 맞춤을 통해 부모와 상호작용을 한다. 아이는 눈길을 통해 자신의 관심을 표현한다. 이 때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관심을 공유하면서 같은 쪽을 바라보는 공동 주시(joint-attention)가 이루어진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이 공동주시를 담당하는 거울뉴런 신경계의 선천적인 이상으로 생긴다. 거울뉴런 신경계는 마음 읽기, 공감, 상황 이해 등을 담당해, 이상이 있으면 사회적 상호 작용이 잘 안된다.
뇌영상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거울뉴런 신경계는 하두정엽, 상측두구, 하전두회 등에 분포되어 의도된 행동, 표정, 감정 등 다양한 영역에 반응하여 모방을 통해 언어 습득이나 공감이 가능해진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부모의 눈을 맞추며 환하게 웃는 반응 ▲엄마가 아파할 때 ‘호호’ 불어주는 행동 ▲영상 속 율동 따라하기 ▲상상으로 인형에게 음식을 먹이는 놀이를 하지 못하는 특징이 곧잘 관찰된다. 거울뉴런 신경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들을 위한 언어치료가 주로 그림을 보고 이야기하기, 단어나 문장을 들려주고 지시 따르기나 반응하기, 듣고 대답하기로 이뤄졌다. 이 언어치료는 큰 효과가 없었다. 일상생활과 동일한 언어 환경이 아니어서다. 최근에는 아이의 자발성과 동기 증진에 훈련의 초점을 두는 응용행동분석(ABA)에 의한 교육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많은 이야기를 이해하고 표현 할 수 있지만, 반응이나 자발적 요구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언어를 하나의 행동으로 간주, 아이의 언어행동에 보상하면 아이를 발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습득한 언어기술의 수준이 낮아서, 모방을 통해 기술을 세분화하여 가르쳐주는 것이 유리하다. 눈맞춤, 주의집중, 얼굴표정 익히기와 같은 특정행동을 간단한 형태로 세분화해야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는 아이가 집중할 수 있도록 "여기 보세요"라고 관심을 끈다. 아이가 부모를 보게 되면 부모는 하이파이브를 보상으로 제공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언어 수준이 낮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일지라도 언어교육이 가능해진다. 진료실을 찾았던 4세 남아도 ABA 프로그램 치료 후 자발적으로 상황에 맞게 어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