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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근의 푸드테라피] 다크초콜릿은 마음놓고 먹어도 될까?

글 조홍근(내과 전문의) | 사진 셔터스톡

초콜릿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기호식품이다. 중남미의 고대 문명에서는 왕과 귀족만 마시는 최음제였고, 대중화되기 전인 19세기 말까지는 선남선녀들의 사랑의 선물이었다. 현대에는 초콜릿이 너무나 흔해져 마치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던 것처럼 착각하지만, 지금 형태의 초콜릿은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다.

초콜릿을 만드는 공정
초콜릿은 카카오나무의 열매인 코코아콩(또는 카카오콩, cocoabean)을 가공해 만든 음료 또는 고형질을 의미한다. 카카오나무는 중남미가 원산지인데, 그늘지고 고온다습한 열대지방에서 잘 자란다. 카카오나무의 열매는 럭비공처럼 생긴 15~20cm 길이의 타원형이다. ‘카보스’라고 부른다. 이 열매를 쪼개면 흐물흐물한 점액질의 과육에 쌓인 씨가 20~50개 들어 있다. 그 낱알을 코코아콩이라고 한다. 코코아콩을 1~10일 발효시키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 초콜릿 특유의 향이 생겨난다. 발효 과정이 끝난 코코아콩은 자연 건조 과정을 거친 후 산지를 떠나 초콜릿 공장으로 수출된다.

공장에서는 4단계를 거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초콜릿을 만든다. 첫 단계는 코코아콩을 볶는 로스팅이다. 커피와 비슷하게 로스팅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결정된다. 둘째 단계는 분쇄 과정인데, 코코아콩을 분쇄해서 딱딱한 껍질과 내용물(카카오 닙스)로 분리한다. 셋째 단계는 그라인딩인데, 분리된 내용물을 24시간 이상 빻아서 혀에 닫는 식감이 제일 좋은 18~20마이크로의 고운 입자로 만들어낸다. 이때 코코아콩의 지방인 코코아(카카오) 버터와 반고형질인 코코아 매스가 분리된다. 코코아 매스가 바로 초콜릿의 원형 물질이다. 마지막 단계로 반죽을 한다. ‘콘칭’이라고 하는데, 초콜릿 특유의 부드럽고 매끈한 질감과 향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작업으로 고급 초콜릿일수록 공정 시간이 길어 며칠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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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의 종류
초콜릿은 코코아 매스 함량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다크초콜릿은 코코아 매스에 설탕과 코코아 버터를 첨가해서 만든다. 최소 35% 이상의 코코아 매스와 18% 이상의 코코아 버터가 들어가야 한다(유럽 기준).

75%의 다크초콜릿은 75%의 코코아 매스와 25%의 설탕과 코코아 버터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포화지방과 설탕이 적지 않다. 밀크초콜릿은 코코아 매스에 설탕과 우유나 분유를 첨가한 것이다. 우유가 14% 이상 코코아매스가 25% 이상 들어간다. 화이트초콜릿은 사실 완전히 새로운 종류인데, 코코아매스를 아예 쓰지 않고 코코아버터와 설탕과 우유 그리고 바닐라 등의 향을 첨가한 결과물이다.

초콜릿의 역사
카카오나무는 중남미가 원산지로 기원전 1500년 전부터 마야, 톨텍, 아즈텍 문명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코코아 음료는 종교의식의 제물로 쓰였고, 코코아콩은 화폐로도 쓰였다고 한다. 남미를 침략한 콜럼부스는 1502년 그의 네 번째 항해 때 코코아콩을 스페인 궁정에 소개하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너무 쓴맛이라 인기가 없었다. 그래서 스페인 궁정에서는 설탕을 타서 마셨다고 한다. 이 음료를 귀하게 여긴 스페인 궁정은 무려 100년 동안 이 음료를 비밀로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1606년에 이탈리아로 전파되었고, 1660년 루이 14세와 스페인 공주 마리아 테레사의 결혼을 계기로 프랑스에도 전파되었다.

1657년 프랑스인이 런던에 초콜릿 가게와 초콜릿 음료를 마시는 초콜릿 하우스를 열었는데 그 후로 전 유럽에 퍼지게 되었다. 1765년에는 미국에서도 초콜릿 제조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 초콜릿이 도입된 시기는 불분명한데, 러시아공사 부인이 고관대작 부인들과의 규방 외교를 위해 가지고 왔다는 설과 이토 히로부미가 상궁들을 회유하는 선물의 일환으로 가지고 왔다는 설이 있다. 광복과 더불어 미군부대를 통해 흘러 나왔고, 월남전에서 귀환한 한국 병사들을 통해 대중화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초콜릿의 영양학
초콜릿은 코코아콩의 특별한 성분 때문에 건강에 좋다는 보고가 많다. 초콜릿에는 플라보노이드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항산화제이다. 따라서 심장병 예방에 좋다는 추정도 있다. 다크초콜릿은 밀크초콜릿보다 항산화제가 훨씬 많아서 항산화작용이 특히 좋을 것이다.

초콜릿은 기분을 좋게 한다는 말도 있다. 우리 뇌에는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지방산 유도체인 아난다미드(anandamide)이다. 아난다(ananda)는 산스크리트어로 ‘기쁨’이라는 뜻이다. 코코아콩에는 아난다미드의 분해를 억제하는 물질이 있어 아난다미드의 효과를 오래가게 한다.

초콜릿은 원기를 올려주는데, 카페인과 테오브로민(theobromine)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두 물질은 평안과 피로감을 주는 아데노신의 작용을 차단해서 뇌를 각성·흥분시킨다. 그러나 카페인 중독을 걱정할 필요는 없는데 같은 무게의 디카페인 커피보다 카페인이 훨씬 적게 들었다. 항염증·항혈전 작용이 강한 카테킨도 많이 있어 초콜릿이 심장혈관에 좋다는 주장의 근거로 인용되기도 한다.

초콜릿과 건강
그러나 초콜릿에는 지방이 많다. 코코아콩의 50%는 지방이고 제조 과정에서 코코아 버터가 첨가되기도 한다. 포화지방이 많아서 이상지질혈증 유발에 대한 우려가 있다. 다행히 코코아 버터는 포화지방 중 유일하게 혈중 콜레스테롤을 올리지 않는 스테아르산(stearic acid)이어서 따로 지방이 첨가되지 않은 초콜릿이라면 이상 지질혈증 우려는 적다. 고급 초콜릿은 코코아 버터만 쓰지만 대중적인 것은 다른 종류의 포화지방이나 트랜스지방이 첨가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초콜릿은 칼로리가 아주 높다. 다크초콜릿과 밀크초콜릿 모두 100g당 약 500kcal 내외의 열량이 있다. 초콜릿에는 설탕이 많이 첨가되기 때문에 다크초콜릿이라도 설탕이 안 들어간 줄 알고 마음놓고 먹으면 안 된다.

당뇨인이 초콜릿을 먹을 때는 되도록 코코아 함량이 높은 다크초콜릿 또는 무설탕 다크초콜릿이 혈당 면에서 유리하다. 이상지질혈증 환자도 역시 다크 초콜릿이 유리하지만 성분표를 봐서 코코아 버터만 들어 있는 초콜릿을 고르는 것이 좋다. 고급일수록 코코아 버터만 넣지만 싼 초콜릿일수록 다른 지방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심장병을 예방하거나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 초콜릿을 먹는 것은 근거가 없고, 오히려 필요 없는 설탕과 열량을 추가하는 것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맛있어서 먹는 것이지 건강을 위해서 먹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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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근 당뇨와 혈관질환의 전문가로 예방과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내과 전문의. 주요 매체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게재하며, 의사는 물론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정기적으로 질환의 메커니즘을 쉽게 풀어 쓰는 글을 쓰고 있다. ‘죽상동 맥경화증과 지질대사’, ‘대사증후군’, ‘내몸 건강 설명서’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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