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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실에서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1년, 앞으로의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희귀질환에서 ‘귀’라는 글자는 귀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가 이들을 귀하게 여겼는지는….”

발표를 하던 오지영 교수(건국대병원 신경과)는 목이 메여 말을 더 잇지 못했다.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1년을 맞아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실 주최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소외받는 국내 희귀질환자들의 실상을 전하는 중이었다.

국내 희귀질환자 수는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유병환자가 2만명 이하인 질환을 희귀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다수 희귀질환자는 이렇다 할 치료제도 없이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전체 희귀질환 가운데 치료제가 개발된 희귀질환은 5~10%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억원대 약값 때문에 치료제 있어도 못 써

치료제가 있더라도 쓸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많은 희귀질환 치료제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희귀질환은 특성상 대부분 치료제는 수천만~수억원대에 이른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않으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타파미디스’라는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증 치료제는 허가를 받아 국내에 도입돼 있지만, 2억원이 넘는 약값 때문에 국내에서 사용 중인 환자는 단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2016년 기준 전체 희귀의약품 353품목 가운데 절반도 안 되는 40%만이 건강보험에 적용돼 있다. 또, 희귀질환으로 지정된 1094종의 질환 가운데 정부의 의료비 지원 사업의 대상인 질환은 344종에 그친다.

정부는 제한적인 급여 혜택의 이유로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희귀질환에 대한 ‘무관심’은 한국에서 특히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 국내 건강보험의 희귀의약품 지출액은 전체 의약품 지출액의 1.2% 수준에 그친다. 전 세계 희귀의약품 비중이 19%에 달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일반 신약 61.2% vs 희귀질환 신약 48.4%

일반 신약이 건강보험에 등재되는 비율과 비교하더라도 희귀질환에 야박한 태도는 마찬가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고 2년 안에 건강보험에 등재되는 비율은 일반 신약의 경우 2017년 기준 61.2%지만, 희귀질환 치료 신약은 48.4%에 그친다. 허가 후 건강보험 등재까지 걸리는 시간 역시 일반 신약이 평균 15.1개월인 데 비해, 희귀질환 치료 신약은 25.3개월이나 걸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희귀질환 치료제를 보유한 외국계 제약사들이 한국 시장 진입을 꺼리는 실정이다. 새로 개발된 희귀질환 치료제가 있더라도 출시를 지연하거나 심지어는 출시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환자들은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 외국으로 향한다.

선진국 대부분은 희귀질환자의 치료제 접근성 향상을 위해 희귀질환 치료제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독립적 검토를 통해 신속 허가하는 내용의 ‘신속 허가’ 제도가 대표적이다. 또, 일본·독일·대만·스페인의 경우 희귀질환 신약의 약가(藥價)를 10~20% 가산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는 한정된 보험 재정 하에서 각각 LSDP(Life Saving Drug Program), NDFP(New Saving Drug Program)라는 이름의 기금을 운영하며 희귀질환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희귀의약품 급여화 쏙 빠진 ‘희귀질환 종합계획’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1차 희귀질환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희귀질환의 진단·치료·관리를 위한 등록체계 구축 ▲전문 기관 및 전문 인력 양성 ▲환자 지원 확대 ▲연구개발 지원 등이다. 그러나 여기에 실질적인 치료혜택과 관련한 치료제의 보험급여 지원 정책이 빠져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지영 교수는 “초고가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화 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우리 앞에 닥친 문제”라며 “정부가 희귀질환에 대한 진심어린 지원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 논란이 있는데, 적어도 희귀질환에서만큼은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택적 복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김성호 전무는 “문재인 케어의 실행방안을 살펴보면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절대적인 지출 규모가 작다”며 “희귀질환 치료제에 위험분담제, 경제성평가 특례제도 적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약가 우대 방안을 신설해 글로벌 제약사가 출시를 지연하거나 심지어 포기하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