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아이들을 기억해주세요
#. 김모(38·경기 김포시)씨는 다섯 살 난 자신의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은 잊을 만하면 재발하는 탈장과 중이염으로 고통스러워했다. 또래에 비해 성장이 더딘 것은 고민의 축에 끼지도 않았다. 얼마 전에는 난청까지 온 것 같았다.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는 희귀질환이 의심된다며 큰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으라고 했다. 그렇게 찾은 대학병원에선 ‘뮤코다당증’을 진단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의사는 다른 희귀질환과는 달리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기진단 시 근본적 치료도 가능
뮤코다당증은 영유아기에 초기 증상이 나타나는 선천성 희귀 유전질환이다. 10만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체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증상의 종류와 발현 시기가 일정하지 않아, 김씨의 사례처럼 일상적인 병치레쯤으로 치부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상당수다.
확진 후 치료제가 없어 치료조차 어려운 대다수의 희귀질환과는 달리, 뮤코다당증은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효소대체요법을 통해 이전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 무엇보다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잦은 탈장·중이염 때 의심…국내 150명 추정
뮤코다당증은 당을 분해하는 효소의 결핍으로 체내 당이 축적되면서, 뇌·간·심장 등 신체 여러 기관의 기능이 마비되는 유전성 희귀 질환이다. 결핍된 효소 종류에 따라 7가지 아형으로 분류된다. 3형이 가장 흔하다고 알려진 서양과는 달리,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2형인 ‘헌터증후군’이 높은 빈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내엔 약 15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생후 1년까지는 특별한 증세를 보이지 않다가, 점차 지능 저하, 발달 지체, 장기 기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15~20세 전후로 사망을 초래하기도 한다.
문제는 영유아기에 나타나는 성장 지연, 서혜부 탈장, 중이염 등의 초기 징후들을 의례적으로 겪는 잔병치레로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다. 첫 증상 발현부터 확진까지 평균 10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홍용희 교수는 "뮤코다당증은 낮은 질환 인지도와 다양한 증상으로 인해, 보호자는 물론 의료진의 경우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진단하기 어려운 희귀 질환”이라며 “실제로 소아과, 이비인후과, 심장내과, 정형외과 등 여러 학과를 전전하다 질병이 한참 진행된 후 뒤늦은 치료가 진행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효소대체요법으로 치료하면 일상생활도 가능
10년여 전까지만 해도 뮤코다당증 치료에는 각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생성하지 못하는 효소를 환자에게 직접 주입하는 치료 방법인 ‘효소대체요법’이 도입됐다. 질환의 근본 원인인 효소의 결핍을 보완해 질환 진행을 늦추고 증상 발현을 예방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7가지 유형의 뮤코다당증 중 1형, 2형, 4형, 6형에 대한 효소대체제가 도입돼있다. 국내에서 가장 흔한 뮤코다당증 2형 ‘헌터증후군’에 대해서는 10년 이상 축적된 실제 환자 치료를 통해 효소대체요법의 유의미한 치료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조기에 적절하게 효소대체요법을 통해 치료를 시작해 안정적으로 질환을 관리한 환자들의 경우,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도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홍용희 교수는 “뮤코다당증 치료가 제때 적절히 진행되지 않으면, 걸음걸이조차 힘들 만큼 환자의 운동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환자의 운동 능력과 폐활량을 개선하는 치료제가 도입된 이후, 상당수의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질환을 늦추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을 포함해 가족들의 삶의 질까지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신생아 때 선별 검사로 진단 가능…국내선 의무 아니야
뮤코다당증은 신체의 여러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만성 진행성 질환인 만큼, 뇌 등 회복이 불가능한 부위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각각 생후 4개월과 36개월부터 효소대체요법을 시작한 뮤코다당증 형제 환자 사례를 보면, 생후 4개월부터 치료를 시작한 동생의 경우 중이염을 제외하고 동일한 나이에 형에게서 발현된 대부분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처럼 조기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의료계를 중심으로 제도 마련을 통한 조기 진단 활성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홍용희 교수는 “헌터증후군 등은 효소대체요법이라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확보된 희귀질환인 만큼, 치료 개선에 있어 조기 진단 및 치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핵심”이라며, “신생아 때 발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선천성 질환이기 때문에, 생후 48시간에서 7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실시되는 ‘신생아 스크리닝’ 항목에 뮤코다당증을 추가하는 것이 조기 진단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뮤코다당증 1형, 2형, 6형에 대한 신생아 선별 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 선택적인 신생아 스크리닝 검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뮤코다당증 선별 검사를 원할 경우 환자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신생아 스크리닝 항목 확대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