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당뇨병 환자에겐 '괜찮은 음주' 없어… 금주하세요
김대중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입력 2017/11/08 08:00
[메디컬 포커스] 당뇨병 관리
결론부터 말하면 당뇨병 환자는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최근 유럽에서 하루 세 잔 이하로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병률이 33~56% 낮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연구가 발표된 후 '적당한 음주가 당뇨병 위험을 낮춘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져 환자들이 술을 마셔도 되는지에 대해 더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연구를 국내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아시아인은 유럽인 또는 서양인에 비해 알코올 분해효소(ALDH)가 부족한 편이다. 술을 마시면 얼굴에 홍조가 나타나는 '아시아 홍조 증후군(Asian Flush)'이 한국인의 40%에서 나타난다. 알코올 분해효소가 부족하면 체내에 남는 알코올이 많아져 당뇨병이 악화된다.
음주문화 차이도 한 몫 한다. 맥주나 와인을 별다른 안주 없이 가볍게 마시는 서양과는 달리, 한국의 음주문화는 고열량의 안주를 즐기며 새벽까지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적당히 마시고 끊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당뇨병 환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국내에서 개발한 당뇨병 예측 모형에 따르면 하루 다섯 잔 이상(=1주일에 3~4번, 매번 소주 한 병 이상) 음주하는 '고위험 음주군'은 오히려 당뇨병 발생 위험이 1.5배 높다. 우리나라 중년 남성 3명 중 1명은 고위험 음주군이다. 고위험 음주는 당뇨병을 진단 받아도 고쳐지지 않는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의 조사에서 지난해 기준 당뇨병 환자의 26%가 고위험 음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혈당 위험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라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혈당강하제·인슐린으로 혈당이 떨어진 상태에서 음주를 하면 간의 당 생성 능력이 억제되고, 결국 혈당이 이중으로 떨어진다. '한두 잔은 괜찮겠지' 식의 타협을 당뇨병 환자는 해선 안 된다. 과음의 위험이 있는 한, 당뇨병 환자에게 '적당한 음주'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