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탈모약, 20년간 우울증 부작용 500건… "남성호르몬 억제 때문"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10/25 08:55
'우울증·자살 충동 유발 의약품' 논란
천식 치료제 부작용 의견 분분 "우울증 7배" VS. "연관성 없어"
금연약 자살 충동, 약 때문 아냐 금단증상일 뿐… 정신과 진료를
◇식약처, 탈모약 부작용에 '우울증' 추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의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사용상 주의사항에 기분변형·우울증을 추가했다. 같은 성분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도 마찬가지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이 우울감 등 신경정신계 이상반응을 유발한다는 우려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1997년 출시 이후 20년간 프로페시아 복용 환자의 우울증 발생이 해외에서 508건, 국내에서 5건 보고됐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은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호르몬을 억제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울증·불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점에서 같은 호르몬을 억제하는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탈모 치료제도 비슷한 위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종훈 교수는 "두타스테리드 성분 치료제는 보고된 사례가 없지만,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우울감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약을 끊고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천식 치료제 '우울증 위험 7배' 연구도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 치료제인 싱귤레어는 우울증 및 자살 충동 이상반응을 두고 의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 연구진은 싱귤레어의 몬테루카스트 성분이 우울증·공격성·악몽 등을 유발한다고 지난 5월 한 약학저널에 발표했다. 싱귤레어 부작용 사례 1만7723건을 분석한 결과, 싱귤레어 복용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우울증 위험 6.9배, 공격적 행동 가능성 29.8배, 자살 충동은 20.4배로 높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있다. 미국 폐협회 천식임상연구센터(ALA-ACRC)가 환자 1352명을 대상으로 몬테루카스트 복용과 우울장애 발생의 연관성을 살핀 결과, 성인·소아 모두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강혜련 교수는 "출시 초기 이런 부작용 우려 때문에 식약처가 집중 모니터링을 진행했지만, 우울증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며 "다만 진료 현장에서 기분이 처진다는 환자가 간혹 있는데, 이땐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약물로 바꿔서 치료를 지속한다"고 말했다.
◇금연 치료제, 자살 충동 논란
금연 치료제인 챔픽스는 출시 이후 꾸준히 우울증·자살 충동·불면·악몽 같은 이상반응 논란이 있었다. 실제 챔픽스를 복용하며 금연을 시도한 환자 중에서는 이런 증상을 경험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출시 3년 후 '심각한 신경정신계 이상반응이 우려된다'는 경고문을 부착했다.
이후 이 치료제의 이상반응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전 세계 805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챔픽스를 복용한 사람은 신경정신계 이상반응 발생률이 4%, 가짜 약을 복용한 사람은 3.7%였다. 정신질환 병력 유무에 따라 다시 분석해보니, 건강한 사람은 이상반응 발생률이 1.3%로, 가짜 약(2.4%)보다 오히려 낮았다. 다만,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챔픽스와 가짜 약의 이상반응 발생률이 각각 6.5%, 4.9%였다. 이를 반영해 FDA는 지난해 챔픽스의 제품설명서에서 경고문을 삭제했다. H+양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호 과장은 "일부 환자가 복용 후 우울감을 호소하는데, 이런 부작용은 챔픽스 복용 여부와 관계없이 금단증상 중 하나로 종종 발생한다"며 "금연 치료 과정에서 우울·불안 등이 나타난다면 금연 시도에 앞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본서 잇단 투신 사건과 '타미플루'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논란이 일본에 국한돼 있다. 2006년 10대 청소년의 투신 사건이 잇따랐는데, 공통점 중 하나로 타미플루가 지목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미성년자에게 원칙적으로 투약을 금지했다. 한국 식약처는 일본 사례를 감안해 10대에게 투약할 때 유의하라고 권고한다.
학계에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하는 경우에 주목한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최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뇌에도 침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병이 심하면 인플루엔자로 인한 뇌염이 정신 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을 무작정 피하면 오히려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므로, 부작용이 우려되면 주사제인 다른 성분의 약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