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람 기자의 헬스 톡톡
백신 접종은 각종 감염병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특히 영유아와 65세 이상 노인은 백신 접종을 통해 인플루엔자(독감)나 폐렴 등을 예방해야 심각한 질환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마다 매년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소식이 들린다. 실제로 10월 현재 영유아가 필수로 접종해야 하는 폴리오(소아마비) 백신과 BCG 피내용(보건소에서 제공되는 백신으로 피부에 약 15도 각도로 바늘을 완전히 삽입하는 형태) 백신이 부족해서 내년 2월까지 접종이 연기된 상태이다. 또한 2015년에는 65세 이상에게 지급되는 독감 백신 공급이 지연돼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백신을 최전선에서 제공하는 보건소에서 백신을 부실하게 관리해 백신 폐기가 잇따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백신 폐기 건수 및 폐기 사유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보건소에서 폐기되는 백신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8만1076건(8억3000만원 상당)에 달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집계된 폐기 사유별 원인을 보면 유효기간 경과로 인한 폐기가 2만971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로는 냉장고 고장 1만6476건, 정전 8855건, 개봉 전·후 오염이 98건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관리만 잘 했다면, 폐기율을 충분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권미혁 의원은 "국가 필수 예방 접종 대상인 21종 백신 중 현재 5종만 국내에서 제조해 공급하는 등 백신 자급률이 25%에 불과한 상황에서 관리 부실로 인한 폐기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폐기되는 백신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신은 온도에 민감해서 온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백신 효과가 감소하고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 2014년에 발표된 '예방접종 백신의 보관 및 관리'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백신의 유효 기간은 2년이며,백신 성질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2~8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백신을 취급하는 보건소나 병의원에서는 백신 전용 냉장고를 구비해서 백신을 따로 보관하고, 매일 백신의 유효기간을 확인해야 백신 폐기율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백신 전용 냉장고는 비상전력 발전기 등을 통해 정전 등의 상황에서도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여상구 연구관은 "현재 보건소 내에 비상 전력발전기를 마련하는 한편, 의료진 교육을 통해 백신 폐기율을 줄이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