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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로 치료 안 되는, 난치성식도염 원인 찾아 교정해야
이기상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셔터스톡
입력 2017/09/06 09:00
위장관 건강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환자가 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장기간 약물치료를 해도 증상이 잘 낫지 않아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치료가 잘 안 되는 '난치성 위식도역류질환'인 경우에는 약 복용법에 문제가 있거나 다른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이란?
위산이 식도 내로 역류되어 생기는 질환이다.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나서나, 누워 있을 때 가슴쓰림이나 흉통이 나타난다.
서양에서는 성인의 20~40%가 위식도역류질환으로 인한 가슴쓰림을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국내에서도 2014년 363만 4123명이던 위식도역류질환 환자가 2016년 416만 5789명으로 2년 새 약 14%나 증가했다. 국가 위암 검진에 위내시경이 보편화되면서 진단이 쉬워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름진 음식이나 탄산음료 등 서구식 식단도 환자 증가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환자 10~40%는 약 먹어도 증상 있어
위식도역류질환이 있으면, 가슴쓰림이나 흉통, 헛구역질 등으로 쉽게 잠들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약이 '양성자펌프억제제(PPI)'다.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을 해 위식도역류질환에 효과적이다. 보통의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는 양성자펌프억제제 복용으로 증상이 쉽게 완화된다.
그런데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중 10~40% 정도는 표준용량의 양성자펌프억제제를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투여 용량을 두 배가량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를 '난치성 위식도역류질환'으로 진단한다. 난치성 위식도역류질환은 잘못된 약 복용이나 다른 질환이 동반되는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난치성 위식도역류질환 원인 1
다른 질환이나 증상
1 부기능성 가슴쓰림
위식도역류질환과 마찬가지로 가슴쓰림, 흉통, 위산 역류 증상이 나타나지만, 양성자펌프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기능성 소화불량일 가능성이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스트레스로 인해 뇌의 교감신경 활성화로 생기는 질환이다. 이런 환자의 경우에는 양성자펌프억제제로는 증상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과식이나 기름진 음식 섭취 자제 등 식습관 관리와 함께 유산소운동 등으로 소화 기능을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2 식도-위접합부유출장애
식도-위접합부유출장애는 음식이 식도에서 위로 넘어가는 길목인 식도-위 접합부가 잘 열리지 않거나 불완전하게 열리는 질환이다. 식도-위 접합부가 느슨해져 위산이 역류하는 위식도역류질환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병이 생기는 원리와 치료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보통 식도-위접합부유출장애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고해상도 '식도내압검사'를 통해 소화관의 운동 능력을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난치성 위식도역류질환 원인 2
잘못된 약 복용
1 부적절한 투여 시간
위산은 위벽세포에 존재하는 '프로톤 펌프'라는 효소의 작용으로 분비된다. 양성자펌프억제제는 이 프로톤 펌프 효소를 파괴해 위산 분비를 억제한다. 양성자펌프억제제가 파괴한 프로톤 펌프가 재생되는 데는 2~3일이 걸리기 때문에 양성자펌프억제제도 하루 1회 투여를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프로톤 펌프라는 효소는 공복상태일 때 활성화되는 효소다. 따라서 양성자펌프억제제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프로톤 펌프가 활성화된 공복 상태에 복용해야 한다. 보통 가장 오랫동안 금식한 아침 식전 복용이 원칙이다. 식후에 복용하면 프로톤 펌프는 음식물 섭취로 인해 활성화 자체가 안 돼 있어 약효가 제한된다.
2 투여 기간 불충분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중에는 약 복용 초기에 가슴쓰림 등의 증상이 호전되면 임의로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다시 증상이 재발하면, 약이 별로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 약 용량을 늘리려고 하기 쉽다. 하지만 위식도역류질환 자체가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약물 용량 문제가 아닌 생활습관 교정 등에 중점을 둔 자가치료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양성자펌프억제제는 4주 또는 8주간 복용해야 역류 증상이 호전되고 식도염도 완전히 치유될 수 있다.
3 약물의 빠른 대사
환자 중 CYP2C19라는 효소를 가지고 있어, 유전적으로 양성자펌프억제제가 빨리 대사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양성자펌프억제제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일반 인구의 25~40% 정도가 양성자펌프억제제의 빠른 대사형으로 알려져 있다.
양성자펌프억제제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이유 없이 약효가 안 받아 CYP2C19 효소를 가진 것으로 의심될 때는 이 효소 활성도의 영향을 적게 받는 다른 종류의 양성자펌프억제제를 투약하거나 양성자펌프억제제 투약횟수를 늘려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