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청소년기 다이어트, 식사량 제한에 집착… 거식증으로 이어져

이기상 헬스조선 기자

TV 영향, 지나치게 마른 몸 선호… 체중 줄어도 식사량 제한 계속해
성장 저하되고 오히려 비만 위험… 심하면 약물·심리 상담 치료 병행

올해 고등학생이 된 딸을 둔 직장인 송모씨는 최근 딸이 음식을 잘 못 먹어 마음고생이 심했다. 송씨의 딸은 원래 키 160㎝에 몸무게가 49㎏이었지만 중 3 겨울방학에 몸무게가 33㎏으로 급격히 줄었다. 처음에는 살을 뺀다고 음식량을 조절하는 수준이었는데, 나중에는 팔 부위의 뼈 형태가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말라갔다. 그런데도 밥을 한 숟갈 뜨면 배가 부르다며, 음식 섭취량을 다시 늘리지 못했다. 결국 송씨의 딸은 거식증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한 달 동안 입원 치료를 한 후에야 어느 정도 체중을 회복할 수 있었다. 송씨는 "딸이 어디에서 뚱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갑자기 음식량을 줄이고 운동을 시작했다"며 "고등학교 입학 스트레스도 겹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딸처럼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다 거식증 등 식이장애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세엘정신건강의학과 송윤주 원장은 "청소년기 체형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나 심리적 문제 때문에 거식증까지 겪는 것"이라며 "청소년기 식이장애는 제대로 된 성장을 방해하고, 체력을 약하게 해 감염 질환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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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하는 청소년은 음식 섭취량 제한에 지나치게 집착해 거식증 위험이 크고, 저체중이 될 가능성도 높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정상 체중 청소년 10명 중 2명,'비만'이라 생각

청소년기는 빠른 신체 성장과 함께 외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시기다.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특히 청소년기는 자아 개념이 형성되는 시기로 가치 판단이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외모에 대한 관심도 TV에 나오는 연예인에 영향을 받아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청소년 10명 중 2명은 자신의 체중이 정상 수준임에도 본인을 비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6기(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정상 체중 청소년 1098명의 본인 체중 인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정상 체중 청소년의 17%는 본인을 비만이라고 생각했다. 이들 중 65.7%는 저녁이나 아침을 거르는 등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본인 체중을 정상으로 인지한 청소년의 36.9%도 다이어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 나이부터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거식증이나 폭식증을 겪을 위험이 크다. 실제로 다이어트를 해본 청소년이 성인이 되면 음식 섭취를 아예 안하는 등 극단적 체중감량을 할 위험이 1.6배로 높고, 식이장애 환자가 될 확률도 1.4배로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기본간호학회지).

◇청소년기에는 음식 섭취량 제한에 집착

청소년기 식이장애는 체중 감량보다 음식 섭취량에 집착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송윤주 원장은 "청소년기에는 학업·교우 관계 등 뭐든 잘 해내겠다는 완벽주의적 성향이 체형 관리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성인은 체중을 줄이는 것에 집착한다면, 청소년은 완벽하게 음식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에 집착해 체중이 줄어도 섭취 제한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청소년의 식이장애는 저체중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송 원장은 설명했다.


청소년기 과도한 체중 저하는 성장 저하로 이어진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청소년기부터 20대 초반은 근육량이나 골량이 최대치가 되는 시기"라며 "이 시기에 근육량을 충분히 만들어 놓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 근육량이 줄면서 근육량이나 골량 부족이 더 빨리 찾아온다"고 말했다. 근육량이 부족해지면, 근육에 당분 등을 저장할 공간이 없어져 오히려 비만 위험이 더 커진다. 체력이 약해 병원균 감염에도 취약해진다.

◇성인보다 치료 효과 좋아

청소년이 성인보다 심각한 수준의 저체중까지 이어질 위험은 크지만, 치료를 시작하면 비교적 회복은 빠른 편이다. 청소년은 아직 부모의 통제 안에 있기 때문에 부모가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하거나 규칙이나 규율을 정해주면, 거기에 맞춰 따라가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식이장애의 치료는 보통 동반된 우울증이나 강박증을 치료하는 심리 상담과 약물 치료가 실시된다. 김율리 교수는 "매 끼니 식사 모니터링 일지를 작성해 본인의 식사량을 체크하면서, 스스로 문제점을 깨닫게 돕는 인지행동치료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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