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정밀진단] (下-끝)
냄새·욕창·낙상 없애려는 움직임… 2000년 후반, 요양병원 자체 확산
인간 존엄성 지키는 의료 서비스… 환자 퇴원 앞당겨 사회 복귀 도와

국내 요양병원 의료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치료를 넘어 환자의 일상생활 회복을 통해 존엄성까지 되찾아주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그동안 요양병원 치료는 단순한 요양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 '요양병원은 인생의 마지막 정거장'이란 인식이 확산된 것도 요양에만 그친 의료서비스 영향이 컸다. 하지만 최근 환자를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다시 가정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4무 2탈(냄새 발생 무, 욕창 발생 무, 낙상 발생 무, 신체구속 무, 탈 기저귀, 탈 침대) 운동'이 요양병원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4무 2탈, 인간 존엄성 지켜
4무 2탈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의료서비스다.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있게 보조하고, 기저귀 대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돕는 행위들을 말한다. 국내에 4무 2탈이 알려지기 전 요양병원의 환자는 병상에 누워있는 것이 전부였다. 움직임이 불편해 식사가 힘들면 요양보호사들이 밥을 대신 떠먹였고 배변능력이 떨어지면 기저귀를 썼다. 낙상 위험이 있는 환자는 신체 일부를 침대에 묶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환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가는 것은 물론, 신체 기능이 점점 퇴화돼 갔다.
현재 4무 2탈 운동을 시행 중인 많은 병원은 최소 주 2회 목욕 실시, 하루에 2시간마다 환기를 통해 냄새를 없애고 있다. 욕창 방지를 위해서 정해진 시간마다 환자의 체위를 변경하고 있으며, 신체구속은 인권을 침해하고 환자 정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보호자의 동의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게 했다. 낙상 방지를 위해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정기적으로 교육도 시행한다. 식사는 병상이 아닌 식탁에서 하며, 기저귀가 아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이손요양병원 손덕현 병원장은 "4무 2탈은 환자의 신체능력을 회복시키고, 일상의 삶이 가능하도록 돕는 실천법"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먼저 시작, 국내로 전해져
4무 2탈은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에서 시작됐다. 1990년 말 후쿠오카 선언 이후 일본 전역으로 4무 2탈 운동이 시작됐다. 후쿠오카 선언은 1998년 일본 후쿠오카현 10개 요양병원이 모여 환자 신체구속을 하지 말자고 선언한 사건이다. 후쿠오카 선언 이후 환자의 인권이 부각되면서 4무 2탈 확산의 밑거름이 됐다.
국내 요양병원에서는 당시만 해도 4무 2탈 개념이 생소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한국과 일본 요양병원 사이에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4무 2탈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김선태 병원장은 "노인 치매환자는 어린아이와 같은데, 아이가 행동조절을 안 한다고 묶거나 약물로 재우지 않듯이 노인에게 그런 행동이 옳은 것인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4무 2탈… 환자 회복 앞당겨
4무 2탈은 환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환자의 퇴원을 돕는다. 기저귀를 쓰지 않으면서 욕창이 줄게 되고 냄새까지 사라진다. 또 환자가 직접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몸을 더 움직이게 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젊은 시절보다 근육량이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근육 사용을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화장실 이용이 가능해져 배변이 조절되면 더 적극적으로 식사를 하게 된다. 기저귀를 채울 경우 다른 이에게 자신의 치부를 보여야 하기 때문에 식사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결국 4무 2탈은 환자의 존엄성 회복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까지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 병원장은 "요양병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환자의 남은 신체능력을 회복하고 유지·향상시켜 가정과 사회로 다시 복귀할 수 있게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