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독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 있습니다"

황인태 헬스조선 기자 | 사진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국제 독의약 컨퍼런스 여는 이용운 한국독의약학회 부회장



‘독의약’을 주제로 5월 27일부터 28일까지 제주에서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는 한의사가 있다. 한국독의약학회 이용운 부회장(해마루부부한의원 원장)은 “이제 독이 약이 되는 시대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올해 창립한 한국독의약학회는 의사·한의사·약사 등 전문가 6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모두 독이 약이 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독은 생명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고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물질로만 알려져왔다. 하지만 독과 약은 동전의 양면이다. 신체에 반드시 필요한 칼륨은 지나친 양을 섭취하면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복어독으로 유명한 ‘테트로도톡신’은 진통제로도 쓰인다. 피부주름개선제로 잘 알려진 ‘보툴리눔’ 독소는 1g으로 성인 100만 명을 살상할 수 있는 독이지만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독과 약은 어느 정도의 양을 쓸 것인지에 따라 독이 약이 될 수도, 약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뱀독에 주목한 한의사가 있다. 올해 초 한국독의약학회(Toxico-medicine association, TOMA)를 창립한 이용운 TOMA 부회장이다. 이용운 부회장은 “그동안 독은 나쁜 것, 해로운 것, 생명을 위해하는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념이었다면 이제는 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세시대 약리학자 파라셀수스는 “모든 물질은 독이며 독이 아닌 물질은 없다. 다만 올바른 용량만이 독과 약을 구별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용운 부회장은 “현대문명의 발달로 심장질환이나 암, 당뇨, 악성피부질환, 만성 또는 난치성 질환이 증가하고 병원균의 내성은 강해지고 있지만, 반대로 인간의 면역력은 약해지고 있다”며 “강력하고 효과적인 약성을 가진 독을 약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자연의 독은 오랜 생존경쟁을 거친 진화의 산물로 수많은 의약적 성분이 있지만 아직 그 성분들의 효과를 알아내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의사, 한의사, 과학자들이 함께 독의약학회 결성따라서 이용운 부회장은 의사, 한의사, 약사, 과학자 등이 참여해 독의약에 대해 연구하는 한국독의약학회를 창립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장을 비롯해 김수동 아주대 제약임상대학원장, 조장희 경기 Bio-ICT융복합포럼 고문, 오영제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운영위원회 의장 등 6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용운 부회장은 “지난 60여 년간 1200여 개의 신약물질이 개발됐는데 이 중 50%는 천연물질을 추출해 가공한 것”이라며 “최근 다시 천연물질 기반 약품이 주목을 받으면서 독의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독의약학회는 뱀독부터 연구할 계획이다. 뱀독 연구의 역사는 기원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기원전 7세기경 인도 아유르베타의 술서에는 만성관절통과 복통에 뱀독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중국 명나라때 본초학자 이시진이 엮은 《본초강목》에서는 뱀 17종의 가치에 대한 기록이 있다.

최근에는 1987년 중국 곤명동물연구소에서 살모사독을 정제해 혈관혈전병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2002년에는 연세대 의과학과 정광회 교수 연구팀이 살모사독에서 ‘삭사탈린’이란 항암물질을 발견했다. 이용운 부회장은 “명나라 명의 장개빈의 《경악전서》‘부자항’에 보면 평시에 나라를 잘 다스리는 좋은 재상이 인삼과 숙지황이라면 난세에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좋은 장군은 부자와 대황이라고 말했다”며 “약성이 강한 약이 요구되는 시대에 부자와 같은 강한 약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는 과거 사약으로 쓰일 만큼 독한 약이다.

한국독의약학회는 독의약 연구의 첫 디딤돌로 제1회 국제 독의약 학술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컨퍼런스를 통해 독의 의약적 활용과 필요성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컨퍼런스 장소는 제주로 정했다. 이용운 부회장은 “청정지역 제주는 천연자원이 매우 많은 곳으로 독의약 지식의 보고가 될 수 있다”며 “독의약 학술 컨퍼런스를 통해 IT의 산실인 실리콘벨리처럼 독의약의 산실이 제주 메디벨리가 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컨퍼런스에는 중국 쑤저우대 약학대학 친정훈(Zheng-Hong Qin) 교수, 상하이대 지용화(Yong-Hua Ji) 교수 등이 독에 관한 난치병 치료에 대해 강연에 나선다. 컨퍼런스에는 100여 명 이상의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용운 부회장은 “한국독의약학회는 독의약의 선두주자로서 독에 관한 안전성, 표준화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갖춰 세계를 향해 비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독의약학회
이용운 부회장과 일문일답

Q 왜 독, 특히 뱀독에 주목했나?
A
현재 봉독(꿀벌)은 널리 쓰이고 있다. 희석시킨 봉독은 주사기에 담아 경혈에 주입하는 약침이 사용된다. 하지만 그 외 독에 대해선 아직 치료제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예부터 뱀독이 치료제로 쓰여온 기록들과 최근 뱀독이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는 상황, 그리고 점차 독한 질병들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뱀독이 의약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 뱀독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못했다. 한국독의약학회는 우선 뱀독에 대해 의약적 성분과 효과, 안전성 등을 검증해나갈 계획이다.

Q 안전하게 뱀독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한의약에선 약재의 가공처리를 통칭하는 말로 수치법제가 있다. 햇볕이나 그늘에 말리거나 찌거나 불로 가열하거나 액체에 담그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약효를 높이고 독성을 없애거나 줄이게 된다. 다른 약물과 조합하거나 극소량부터 용량을 늘리는 방법 등으로 통해 독을 가공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약효 성분을 단일로 추출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봉독의 주요성분인 멜리틴을 추출해 사용하는 것과 같다.

Q 뱀독의 치료 효과는?
A
뱀독 약침(경혈에 주사기로 약제를 주입하는 치료법)은 염증완화 효과와 자가면역질환에서 면역조절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척관절 통증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여진다. 치료 효과는 경증의 경우 즉시 또는 하루나 이틀 정도에 반응을 보인다. 장기치료를 요할 경우는 2~3일에 1회 시술하는 방식으로 3~5회 이상 시술해야 반응을 보일 수 도 있어 질환별로 치료 격차가 있다. 이외에도 아토피, 알러지성피부염, 건선, 여드름 등 피부질환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Q 국내 뱀독 연구는 어디까지 왔나?
A
연구 표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뱀독의 원료와 보관상태 그리고 출하 상태에 대해 표준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뱀독의 모든 성분을 분석하고 알레르기 성분과 유효 성분을 분리해내고 있다. 현재 뱀독으로는 살모사 독, 칠점사 독, 코브라 독 등이 쓰이고 있다. 각 독마다 증상에 따른 독 처리법도 개발 중이다. 항염, 통증감소, 면역조절 등이 나타나는 기전도 밝혀내고 있다. 아직 연구 진행 중에 있어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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