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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 버스’…좀 느리지만 필요하면 어디든 갑니다”

이기상 헬스조선 기자 | / 사진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5년째 ‘치과 버스’ 무료 진료 봉사 하는 ‘제아치과’ 김형규 원장

치과 치료용 장비를 싣고 소외계층 아이들을 찾아가는 버스가 있다. ‘해피스마일 치과 버스’다. 이 버스에 동승해 치과 치료 봉사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제아치과’ 김형규 원장을 만났다. 김 원장은 가수 ‘자우림’ 김윤아의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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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치과’ 김형규 원장

해피스마일 버스는?

‘해피스마일 치과 버스’는 무려 5억원을 들여 개조한 움직이는 치과 병원이다. 매달 두 차례씩 고아원이나 탈북자 학교,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찾아 무료로 스케일링·충치 치료 등을 한다. 주지훈 제니튼 대표이사, 지대경 부대표, 김형규 원장 등 15명가량의 치과 의사들이 참여해 만든 치약 제조회사 제니튼의 수익금과 기업 후원금 등으로 운영한다. 자원봉사자들도 함께할 수 있어 참여를 원하면, ‘해피스마일 치과 버스’ 페이스북 페이지나 전화(1599-8344)로 문의하면 된다. 올해는 활동기간이 종료되어 내년 4월경부터 시작되는 봉사 일정에 맞춰 참여할 수 있다.

 




한 달에 두 번 ‘행복을 나누고 사랑을 더하는 행복한 운행’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45인승 대형 치과 버스가 달린다. 2012년부터 5년째 운행 중인 의료 소외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진료 이동식 치과다. ‘해피스마일 치과 버스’를 이끌고 있는 김형규 원장은 가수 출신 치과의사로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치아 건강 알리기에도 열심이다.

‘해피스마일 치과 버스’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마음 맞는 동료 치과의사 선생님들과 예전부터 봉사활동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정말 옛날처럼 왕진가방을 들고 직접 걸어다녀볼까도 했죠. 그런데 진료과목이 치과라서 왕진가방에 넣어야 할 것이 너무 많더라고요. 치료용 특수의자부터 입을 헹구는 기계, 물 흡입하는 석션 기기에 물탱크까지…. 그래서 생각한 게 45인승 리무진 버스였습니다. 후원해줄 기업을 직접 찾아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각자 일하는 치과병원에서 장비를 가져오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치과 버스가 어느덧 5년이나 달렸습니다.
‘해피스마일 치과 버스’는 2011년 말에 무사히 발대식을 마치고, 한 달에 두 번씩 의료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해 꾸준히 달렸습니다. 총 15명 정도의 동료 의사들이 돌아가면서 진료에 참여해 약 1300명의 아이들을 진료했습니다. 금니나 의치를 제작할 수 있는 기공사들도 참여하고 있어, 필요한 환자들은 바로바로 장치물을 제작해 크라운치료까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충치가 많거나 치료 기간이 길어질 수 있는 아이들은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이 일하는 병원 중 한 곳에서 치료를 계속합니다. 최근에는 한 아이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교정치료를 무사히 마쳤어요.

그야말로 하나의 치과가 이동하는 일이라 운영비도 만만치 않을텐데,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치과의사끼리 모여서 만든 ‘제니튼’이라는 기업을 통해 양질의 치약을 만들고, 거기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기업이나 단체의 후원을 받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후원금과 수익금을 모아 두번째 치과버스를 운행하려는 계획도 하고 있습니다.

‘해피스마일 치과 버스’ 운행은 앞으로도 계속되는 건가요?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 때만 찾아오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주말처럼 때가 되면 당연히 찾아가는 봉사활동이 모토인 만큼, 앞으로도 치과 의사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어디든 달려갈 것입니다. 다만 치과 장비를 가득 실어 시속 60km 이상은 낼 수 없어 조금은 느릴 수 있다는 점 이해해주세요. 그래도 작년, 재작년 1박2일 일정으로 충청북도 단양에 무사히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느리지만 반드시 찾아가는 ‘해피스마일 치과 버스’가 되겠습니다.

김형규 원장은 봉사활동과 치과 진료 외에도 각종 방송에 출연해 건강 정보를 나누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OBS 경인TV <닥터스 건강의 정석>에서는 올바른 건강 정보를 알려주는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100만원을 벌면 99만원을 기부해야 한다는 식에 거창한 희생정신이 아니라 1만원이나 10만원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는 생각으로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라는 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지요?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에서도 장애인 어린아이들을 위한 구강 건강관리 등 제가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 강연을 합니다. 마찬가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느끼는 보람이 있다면요?
얼마 전 치과 버스에서 진료를 하는데, 한 아이가 제 등을 툭툭 두드렸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요새는 열심히 이를 닦는다고 자랑하더라고요. 알고보니 예전 치과 버스치료 중에 아프다며 버스가 떠나가라 울던 아이였습니다. 충치가 많아 고생하던 아이가 치료 후 밝아진 모습을 보니 기특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고,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여전히 치과는 무섭고 아픈 곳인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뭔가 조금이라도 잇몸이 붓고 피가 난다면 애써 피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치과에 와서 검사받고 치료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라도 다시 와서 환한 얼굴로 제 등을 툭툭 두드려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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