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
진화하는 MRI… 조영제 없이 고품질 영상 촬영
황인태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6/11/16 06:00
혈액 진동시켜 혈류 질환 진단
조영제 축적·부작용 위험 해결
선명도·소요시간 개선은 숙제
최근 조영제 없이도 혈관과 혈류를 보는 영상기법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조영제를 안 쓰는 영상촬영은 조영제를 사용할 때보다 선명도가 낮고 촬영시간이 더 걸리지만 발진·호흡곤란 등 조영제 부작용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장점 때문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구현우 교수는 "심근혈류부터 뇌혈류까지 대부분의 혈관 질환을 진단할 때 조영제를 쓰지 않는 방식이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진·호흡곤란 등 조영제 부작용 심각
◇혈액 자석처럼 만들어 혈관 질환 진단
의료기기 업체들은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진단이 가능한 방법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필립스는 일찍이 연구에 돌입해 1990년 중반 '동맥스핀라벨링(ASL· Arterial Spin Labeling)' 기법을 개발했다. 혈액 내 수분 양성자(중성자와 함께 원자핵을 구성하는 요소)를 자성(자석과 같은 성질)을 띠게 만들어 혈류를 촬영하는 방식이다. 거대한 자석인 MRI가 작동하면 일시적으로 자석처럼 변한 혈액 내 수분이 공명(진동)하는데, 떨리는 정도에 따라 모세혈관을 통해 세포조직에 전달되는 혈액양을 통해 혈관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필립스 의료기기사업부 김은주 부장은 "이 기법은 오래 전에 개발됐지만 그동안 촬영된 영상 품질이 나빠 사용되지 못했다"며 "하지만 점차 MRI 기기부품들이 발전하고 안전성 이슈가 부각되면서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영상촬영이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조영제를 쓰지 않는 영상촬영은 진단검사가 잘못돼도 바로 다시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영제를 사용할 경우에는 조영제가 전부 몸 밖으로 빠질 때(24시간 소요)까지 기다려야 했다.
◇선명도·촬영시간 보완한 장비 나와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영상검사기법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그러나 영상이 조영제를 사용할 때만큼 선명하진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혈액 움직임을 반복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촬영시간도 더 길다. 따라서 촬영시간은 줄이면서 더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필립스는 조영제 없이 촬영한 영상의 선명도를 높이고 촬영시간을 줄이기 위해 라벨링 펄스(혈액 내 수분 양성자를 자기화시키는 신호)를 짧은 시간동안 작동하는 방식(PASL)과 연속으로 작동하는 방식(CASL)을 결합시켰다. 짧은 시간동안 작동하는 경우 고주파에너지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 환자의 부담을 낮추는 장점이 있고, 연속으로 작동하는 방식은 오랫동안 신호를 인체에 보내기 때문에 고품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김은주 부장은 "두 가지 방식의 장점을 한 곳에 모은 pCASL(순간-연속 동맥스핀라벨링) 기법은 고주파에너지에 따른 환자 부담은 낮추면서도 고품질의 영상을 빨리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