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계 흥분시켜 두통 심화
예방약 먹고 두통일기 기록해야

진통제는 두통 치료에 꼭 필요하지만, 많이 쓰면 오히려 두통의 원인이 된다. 이를 '약물과용두통'이라고 한다. 을지병원 신경과 김병건 교수는 "약물과용두통은 두통을 막기 위해 진통제를 자주, 많이 복용했을 때 생기는 두통"이라며 "두통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4.5%가 약물과용두통"이라고 말했다. 진통제를 먹으면 두통과 관련된 신경이 흥분되고, 뇌의 감각중추가 자극된다. 단기로 먹으면 진통 효과가 있지만 장기간 먹으면 신경계가 과하게 흥분하면서 약물과용두통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오랫동안 진통제를 먹으면 몸에서 스스로 통증을 억제하는 기능이 둔해지거나 망가져 두통이 쉽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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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약을 한 달에 10~15일 이상 먹으면 약물과용두통이 생긴다. 달력 등을 이용해 언제 두통약을 먹었는지 알 수 있는 ‘두통일기’를 쓰면 과용을 막을 수 있다. /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진통제 성분도 두통을 부른다. 충남대병원 신경과 김재문 교수는 "시중에 나와있는 진통제 중 카페인 성분이 섞인 게 많은데, 카페인을 장기 복용하면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통제 성분명에 표시돼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면 된다.

게보린·펜잘 등 여러 성분을 섞은 복합진통제는 한 달에 10일 이상 복용하면 약물과용두통이 잘 생긴다. 아스피린·타이레놀 등 한 가지 성분의 단순진통제는 한 달에 15일 이상 복용하면 약물과용두통이 잘 생긴다. 하루에 한 알만 먹어도 하루 복용으로 간주하며, 복용량이 많을수록 약물과용두통도 잘 생긴다.

약물과용두통이 있다면 일단 진통제를 끊어야 한다. 김병건 교수는 "약물과용두통은 진통제 중단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 2회 이상 두통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두통 예방약을 처방받는 방법도 있다. 두통 예방약은 항간전제(간질약)· 고혈압약·항우울제 등의 성분으로 보통 3~6개월간 매일 먹는다.

약물과용두통을 예방하려면 평소 진통제 복용 시 두통 시작 1시간 내에 먹는 것이 효과가 크다. 또 앱·달력·수첩을 이용해 두통일기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약 복용일을 기록하는 두통일기를 쓰면 자신이 한 달에 약을 얼마나 먹는지, 두통 주기는 어떤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