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특발성, 본태성 무슨 뜻이지?

글 안지현(KMI 한국의학연구소 의학박사) | / 사진 셔터스톡

알쏭달쏭 의학용어

40세 여성이 다리가 자주 부어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콩팥, 간, 심장 등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한다. 다리가 왜 붓는지 묻자 의사는 ‘특발성 부종’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발성’은 대체 무슨 뜻일까?


특발성과 본태성… 뭐가 다를까

특발성(特發性, Idiopathic)이라는 말은 원인을 잘 모를 때 쓰는 말이다. 영어단어 'idio-'는 그리스어로 '그 자체' 라는 뜻을 지닌 'idios'라는 말에서 나왔는데, '특이체질'을 뜻하는 영어단어도 idiosyncratic이다. 즉, 특발성은 쉽게 말해 '그냥 생기는 병'이라는 뜻이다. '질병의 원인을 잘 모 른다', '그냥 생기는 병이다', '원래 그런 병이 잘 생기는 체 질이다'고 하면 허무하기 짝이 없다. 현대의학 기술이 상 당히 발전했다 해도, 원인을 확실히 밝혀내지 못한 경우 는 수두룩하다. 이때 질환명 앞에 '특발성'을 붙인다. 여성 에게서 흔한 특발성부종, 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특발성 폐섬유화증, 혈소판 수치가 낮아지는 특발성혈소판감소증 등이 대표적이다.

특발성부종은 주로 30~50대 여성에게서 부종을 일으킬만한 원인 질환 없이 얼굴, 손, 발 등이 붓는 경우이다. 하루 사이에 1.5~2.5kg의 체중변화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폐경 이전 여성의 월경주기에 따라 붓고 빠지는 걸 반복하는 주기성부종과는 다르다. 특발성부종이 있는 여성은 정신적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무리하게 다이어트 하고 있거나, 장기간 이뇨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 이뇨제는 부종을 조장할 수도 있으므로 진료를 받아 이뇨제를 서서히 중단하고 평소 싱겁게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발성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말로는 '본태성(本態性,Essential)'이 있다. 고혈압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본태성고혈압, 긴장하면 손이 더 떨리는 본태성떨림이 대표적이다. 분명한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특발성과 거의 유사한 의미로 쓴다. 참고로 본태성떨림은 파킨슨병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같이 몸을 떨리게 하는 원인질환이 없는데도 떨리는 경우다. 한자로 '본태성 진전(本態性 震顫 또는 本態性 振顫)'이라고도 한다. 손떨림을 다른 말로 수전증(手顫症)이라고 하는데, 본태성떨림이든 파킨슨병이든 손뿐만 아니라 머리, 발 등도 떨릴 수 있다.


일차성과 이차성, 원발성과 속발성

고혈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본태성고혈압을 일차성고혈압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자체에서 원인이 시작된 경우를 일차성(一次性, Primary), 다른 곳에 따로 원인이 있을 때를 이차성(二次性, Secondary)이라고 한다. 또한 일차성을 원발성(原發性), 이차성을 속발성(續發性)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을 원발성다한증, 속발성다한증으로 나눌 수 있다. 여성에게서 생리가 없는 무월경 상태도 원발성무월경, 속발성무월경으로 나눌 수 있다. 지난 호에서 다루었듯이 암에서는 원발성이라는 표현을 전이성과 상대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즉 해 당 장기에서 처음 시작된 암은 '원발성 암', 다른 장기로 퍼 진 암은 '전이성 암'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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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현
중앙대학교병원 내과 교수를 거쳐 현재 KMI 한국의학 연구소 내과 과장으로 있다. 의학 박사이자 언론학 석 사이며, 대한검진의학회와 대한노인의학회에서 학술이사로 활동 중이다. 《건강검진 사용설명서》, 《한눈에 알 수 있는 내과학》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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