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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신건강센터

국립정신건강센터는 40년 넘게 국내 정신과 환자를 돌본 역사 깊은 병원이다. 지난 3월에는 깨끗한 새 건물로 이전해, 쇠창살을 없애고 연구 시설까지 강화하며 더욱 친근하지만 실력 있는 병원으로 탈바꿈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도 포진한다.

사업부·연구부 생기며 명칭·건물 모두 새 단장
국립정신건강센터는 1962년 '국립정신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국립서울정신병원, 국립서울병원으로 명칭이 바뀌다 지난 3월 국립정신건강센터로 개소했다. 기존 병동 옆에 지은 새로운 건물(12층)로 이전 했다.
'센터'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병원에 국가 정신보건사업을 지원하는 '사업부'와 정신건강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진의 대다수 는 환자 진료 외에 사업이나 연구 둘 중 하나의 일을 동시 에 맡아 진행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부 최성구 부장 은 "사업부나 연구부 모두 정신질환자에 대한 끊임없는 연 구와 조사를 진행한다"며 "그만큼 의료진의 실력도 계속 발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건물도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창문을 가로막던 쇠창살을 투명 강화유리가 대신한다. 의료진과 환자가 편하게 상담 할 수 있는 상담실 개수도 기존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최성구 부장은 "탁구대나 러닝머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등 환자들을 위한 다 양한 편의시설이 마련됐다"며 "입원실에 가만히 누워 있는 환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비용, 대학병원 40%… 예약하면 2주 내 진료
국립정신건강센터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병원이다보니 진료비가 저렴하다. 최 부장은 "서울시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정 신건강의학과 진료 받는 비용의 40%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울증 등의 비교적 가벼운 질환의 환자 수가 늘고, 환자 재활을 촉진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병원에 도입되면서 평균 입원일수가 3년 전의 10분의 1로 크게 줄었다. 환자 한 명당 진료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예약한 후 진료를 받는 비율(예약진료율)도 크게 높였다.
2015년 1월 예약진료율이 전문의 86.3%, 전공의 17.6%인 반면, 2016년 7월에는 전문의 93.7%, 전공의 91%로 달라졌다. 최 부장은 "예약한 환자만 진료를 볼 수 있게 해야 의료진의 진료 스케줄이 안정되고, 환자 각각에게 넉넉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며 "예약만 하면 1~2주일 내로 누구나 진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료과 7개로 세분화, 질환별 맞춤치료 가능
국립정신건강센터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전문의 22명, 전공의 16명)가 진료를 볼 뿐 아니라, 그만큼 세분화된 진료과가 마련됐다. 일반 상급종합병원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많아야 5~6명 정도이고, 진료과목도 따로 세분화돼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는 일반정신과·기분장애과·노인정신과·불안스트레스과·중독정신과·정신사회재활과·소아청소년정신과로 7개 진료과가 있다.
일반정신과 조현병 환자를 주로 진료한다. 조현병은 '정신분열병'으로 불리던 질환으로, 사고·행동·인격 등 여러 측면에서 이상 증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이다.
기분장애과 우울증·조울병 환자를 주로 진료한다. 조울병은 '양극성장애'라고 불리는 질환으로,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는 질환이다.
노인정신과 치매 환자를 주로 담당하며, 그에 앞서 정상노화, 경도인지장애, 치매를 평가한다. 다른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노인정신과에서 치료 받는다. 노인 병동은 바닥이 푹신하고, 바닥 난방이 되는 등 노인 맞춤 시설이 갖춰져 있다.
불안스트레스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공황장애·불안장애를 주로 진료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 불안스트레스과 의료진은 세월호 사고나 메르스 사태에 의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치료한 경험이 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예상치 못한 사고나 상황을 겪어 받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지속되는 불안 증세를 말한다.
중독정신과 알코올·음식·인터넷게임·도박 등에 중독된 사람들을 치료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1986년 국내 최초로 알코올 중독 환자 전문병동을 개설했을 정도로 중독 환자 치료 경험이 풍부하다.
정신사회재활과 퇴원한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예술치료나 운동요법, 인지훈련 등을 받아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게 돕는다.
소아청소년정신과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모든 정신질환을 담당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틱장애가 대표적이다. 대인관계향상·학교준비·또래관계향상·사회성증진 등의 소아청소년 주간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부분이 조기에 신청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정신질환자만 위한 24시간 응급시설 마련
국립정신건강센터에는 정신질환자만을 위해 365일 24시간 개방하는 응급실이 있다. 정신질환을 문제로 일반 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찬밥 신세인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병원 응급실에서는 당장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우선적 치료하기 때문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응급실은 정신적인 문제로 찾아온 모든 환자에게 집중한다. 최성구 부장은 "자살을 시도하는 환자,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있는 환자, 심한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는 환자 등이 일주일에 30명 정도 우리 센터 응급실을 찾아 치료받고 있다"고 말했다. 난폭한 환자 등이 치료받아야 하는 경우를 대비해 앰뷸런스가 병원 내부까지 들어올 수 있는 시설도 마련됐다.
전체 의료진 일주일 한 번씩 모여 활발한 토론
국립정신건강센터의 모든 의료진은 매주 금요일에 모여 학술적인 논의를 비롯해 병원 발전 방향에 관한 의견을 나눈다. 매주 수요일에는 간호사 등을 포함한 의료 관련 모든 스태프가 모여 일주일간의 병원 상황에 대해 보고하고 논의한다. 최성구 부장은 " 진료과별로 매주 모여 환자 케이스에 대해 심층회의도 진행하고 있다"며 "의료진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분위기를 최대한 장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2020년까지 달성하려는 목표로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진료'를 내세웠다. 최성구 부장은 "정신질환 환자들의 급성기 치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퇴원 후 사회복귀를 위한 훈련, 사회복귀 시설과의 연결, 환자 가족을 위한 지원 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수익에 얽매이지 않는 국립병원이라는 배경 덕에 도전할 수 있게 된 주요한 비전이다"라고 말했다.

"가벼운 정신질환도 병원 찾아 진단받아보세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가벼운 우울증이라도 병원을 찾아 진단받고 조기에 치료받는 게 좋다. 최성구 부장은 "모든 병은 빨리 발견해 빨리 치료하는 게 가장 좋은데, 그중에서도 정신질환은 빠른 치료가 더욱 요구된다"며 "병이 시작되어서 치료받기까지의 시간이 정신질환의 회복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부장은 "국립정신건강센터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병원이지만, 중증 정신질환자나 저소득층 환자 등에게만 열려 있는 것이 아니고,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는 모든 사람을 진료한다"며 "부담 없이 센터를 찾으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