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신과의 우울증 치료제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처방 기한 제한에 대한 의견대립이 이어졌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4대 신경계 질환(뇌전증,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환자들에 동반되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첫 발제를 맡은 대한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최근 신경계 질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우울증은 신경계 질환에서 동반되는 전형적 증상의 하나"라며 "신경계 질환 치료에 있어 우울증 치료는 필수"라고 말했다. 현재 SSRI의 경우 약제기준에 따라 비정신과 의사들은 60일 이상 처방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환자 대부분이 정신건강의학과로 가서 추가로 진단과 처방 받아야 하는데, 환자들이 이것을 꺼려 치료가 중단되고, 이로인해 자살 등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 홍 회장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환자의 정신과 진료 기준은 ▲2가지 이상의 SSRI, SNRI 항우울제를 투여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 ▲양극성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정신병 증상이 발생한 경우 ▲자살 사고가 있는 경우로 이 경우에 해당되지 않으면 신경계 질환에 동반된 우울증은 신경과에서 SSRI 항우울제 처방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이다.
홍 회장에 따르면 현재 해외 각국의 신경과학회, 뇌졸중학회, 치매 학회 등에 SSRI규제 현황을 문의한 결과 제한이 전혀 없었다. 또한 그는 한미정신과협회 전(前)회장이자 미국UCLA 정신과 유태평 교수의 서신을 통해 "한국의 신경과 전문의들에게 SSRI 60일 처방 제한을 해제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신경정신건강의학회 석정호 보험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과)는 "우울증환자의 자살률은 SSRI 처방의 문제가 아니고, 중증 이상의 우울증 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로 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약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중증 우울증 환자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심리사회적 부분까지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어 석 이사는 "항우울제의 무분별한 장기 처방은 우울증 환자의 증상을 만성화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환자와 국가의 경제적, 심리적 손실을 키운다"며 "SSRI 항우울제 뿐 아니라 모든 항우울제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용 교수는 "다른 국가의 경우 기간제한 없이 항우울제를 사용한다"며 "특히 장애가 심하고 거동이 어려운 신경계질환 환자들이 SSRI 항우울제 처방 제한으로 적절한 치료가 받기 어려운 현실은 의학적으로 취약한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Aichi Medical University 카네모토 쿄우스케 정신과 교수는 "뇌전증에서의 우울증 치료는 독특하기 때문에 비정신과 의사들이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오히려 부작용이 많은 TCA 항우울제나 조울증 약 등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고형우 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의견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9월 중 간담회를 개최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