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졸피뎀 부작용 무섭다는데, 먹어도 될까?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향정신성의약품 바로 알기

급성 불안·충동·경련 안정 효과… 복용 용량·기간 지키면 문제 없어
식약처, 내년 말 관리 시스템 시행… 유통 실시간 감시, 오남용 막아

취업준비생 최모(27)씨는 취업 스트레스 탓에 불면증이 심해져 수면제인 '졸피뎀'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최씨는 '졸피뎀은 부작용이 심하고, 자살까지 유발한다' '졸피뎀은 마약류로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지인들의 말에 약을 쉽게 복용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졸피뎀처럼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 중 의존성이 있어 오남용이 우려되는 약물을 향정신성의약품이라고 하는데 최근 이 약과 관련된 사고가 자주 보도되면서 최씨처럼 약에 대해 무조건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향정신성의약품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명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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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졸피뎀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은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오남용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치의가 정한 처방량과 처방 기한에 맞춰 복용해야 부작용 없이 효과를 볼 수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의존성 있지만 불안·우울 완화 효과

향정신성의약품은 의존성이 강해 국내에서는 마약, 대마(大麻)와 함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의사나 환자가 오남용하면 처벌을 받는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모든 약물을 향정신성의약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항우울제 등은 중독성과 내성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크게 비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졸피뎀), 식욕억제제(펜터민), 불안장애 등에 쓰이는 벤조디아제핀계 안정제(발륨·알프라졸람 등), ADHD 등에 쓰이는 각성제(메틸페니데이트)로 나뉜다. 대부분 뇌의 중추신경에 작용해 뇌 신경물질의 분비를 조절해 불안·불면 완화, 충동억제, 항경련 등의 효과를 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해 의존 위험이 있어 일정 기간·일정량 이상 복용하지 못 하도록 한다. 약을 장기간 과다복용하면 뇌 신경에 이상이 생겨 불안, 초조, 환각, 어지럼증, 기억상실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전홍진 교수는 "향정신성의약품은 중독, 부작용 위험이 있지만 급성으로 나타난 불안·경련 등 증상을 빠르게 안정시켜서, 환자가 안정적으로 다음 단계의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며 "반드시 필요한 약물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약물 관리 안 되고, 환자 경각심 낮아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감시 체계의 한계 때문이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DUR(의약품안심서비스)시스템을 적용,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환자가 최근 해당 약물을 처방받은 날짜와 처방량을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병원에서 DUR시스템의 감시를 피해 향정신성의약품을 비급여(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는 치료)로 과량 처방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7월 한 방송에 따르면 한 달에 28정까지만 처방 가능한 졸피뎀을 일부 병의원에서 비급여로 한 번에 40~50정씩 처방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향정신성의약품 제조자는 1년에 한 번만 제조량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하도록 돼 있어 약의 유통 과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온라인 등으로 불법 유통되는 사례들이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사람들의 낮은 경각심도 문제다.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광연 교수는 "일부 환자들이 더 빠른 약효를 보길 원하거나, 약이 주는 심리적 쾌락을 얻기 위해 원래 처방된 양의 5~6배에 달하는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해 환자가 아닌 사람이 ADHD 치료제를 복용하는 등 본래 치료 목적과 다른 용도로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문제다.

◇향정신성의약품은 '보조제' 인식 중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향정신성의약품 관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17년 11월부터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을 시행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대변인실 강주혜 연구관은 "약마다 바코드를 부착해 약이 현재 제조·수출입·유통·사용 중 어떤 과정에 있는지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며 "만일 향정신성의약품이 과도하게 한 곳에 많이 몰려 있는 경우 불법 유통을 의심하고 현장 확인 절차 등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들의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향정신성의약품이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보조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근본적인 원인 해결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불면증 환자의 경우 수면제로 불면 증상을 완화시킨 상태에서 불면증의 원인이 되는 수면무호흡증·스트레스·우울증 등의 치료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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