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일상생활 힘든 중증 파킨슨병 환자, 정책 지원 절실
김희태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파킨슨병및이상운동질환학회 회장)
입력 2016/07/20 04:30
[메디컬 포커스] 파킨슨병
파킨슨병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내는 신경세포에 문제가 생겨,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영향을 끼치면서 장기간에 걸쳐 증상이 나타나는 병이다. 파킨슨병 하면 보통 손이 떨리는 증상만을 생각하지만, 기억장애·통증·요실금 같은 비운동 증상이나 우울·불안·착란 같은 정신적 증상도 겪는다. 파킨슨병을 오래 앓으면 약으로는 증상 조절이 잘 안 돼서 음식물을 삼키거나 호흡하는 게 힘들어진다. 그러다가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말기 파킨슨병 환자의 10년 생존율이 말기 암환자의 10년 생존율보다 떨어진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가 있다.
중증 파킨슨병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중증 파킨슨병 환자는 혼자서 일상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증상이 심하다. 그래서 가족의 도움이 중요하다. 지난해 대한파킨슨병협회가 파킨슨병 환자의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말기 파킨슨병 환자가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경우는 1.6%에 불과했고, 병이 진행되면서는 보호자 10명 중 3명이 직장을 그만두는 등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병의 초기에는 도파민 성분의 약물을 복용해 증상을 조절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세포가 많이 손상돼 도파민을 저장하는 게 어려워지면 약물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그러면 심부뇌자극술을 받거나, 심부뇌자극술을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소장관에 튜브를 연결해 도파민 약물을 휴대용 펌프로 직접 주입하는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치료는 고가인데다 아직 건강 보험 적용이 안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킨슨병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이 크다. 초고령화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노인성 질환인 파킨슨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대부분 먹는 약으로 치료가 되긴 하지만, 일부 더 이상 다른 치료가 어려운 환자와 가족들은 깊은 시름에 빠진다. 이들에게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