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은퇴 설계 (7)
은퇴 설계를 준비할 때 장기 주거 계획을 잊으면 안 된다. 주거 계획을 세울 때 주의할 점과 은퇴자가 선호하는 주거 유형별 장단점을 살펴본다.

장기 주거 계획 시 주의할 점 3
나이 들면 생활 범위가 집 중심으로 좁아진다. 전문가들은 70대는 70%, 80대는 80%의 삶이 주거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주거 계획을 잘 세워야 하는 이유다.
부부가 충분히 의견 나눠야
은퇴 후 주거 계획을 세울 때는 무엇보다 먼저 부부가 사전에 충분히 의견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의 기대치나 목표에 맞는지, 새로운 삶이 마음에 드는지,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이나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마음에 드는지, 예상하지 못한 문제는 없는지 등 최대한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주거 계획에 대해 합의했으면 부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는 다른 은퇴자의 말을 들어보면 좋다.
간병기를 고려하라
은퇴 후 주거 계획을 할 때 간병기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부부는 몸이 불편해지는 간병기 시기를 어디에서 보내기 원하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 우리나라 50~60대 은퇴자의 70% 이상은 장기간 간병 상태를 맞게 되더라도 여전히 자기 집에서 지내고 싶어 한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주거 계획을 세울 때는 은퇴 직후가 아닌 간병기까지 염두에 두고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단계적으로 이주하는 방법도 있어
은퇴 후 무작정 주거지를 옮기지 말고 단계적으로 이주하는 것도 괜찮다. 단계적 이주는 은퇴 후 지내고 싶은 지역을 정한 뒤 이사하기 전 그곳을 몇 차례 방문하거나, 한두 달 머물면서 살아보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그곳에서 오래 살 수 있는지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그 지역에 적응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만약 자신이 기대한 생활과 너무 다르면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올 수 있다.
은퇴자가 선호하는 장기 주거 유형
그렇다면 은퇴 후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
은퇴자가 선호하는 주거 유형별 장단점을 꼼꼼히 살펴본 뒤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하자.
고령자 위한 평생 주택으로 개조하기
중장년층 중 상당수는 은퇴 후에도 지금 살고 있는 자신의 집에서 살기 원한다. 나이 들어 생활 환경과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은퇴 후 자신의 집에서 살려면 나이를 많이 먹어도 계속 거주할 수 있게 집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이렇게 고령자가 자신의 집에서 지내기 위해 전문적인 방법으로 집을 개조하는 것을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보편적 디자인)이라 부른다. 우선 노인이 낙상 사고를 가장 많이 당하는 욕실을 안전한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화장실에는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지지대를 여러 개 설치하는 것이 좋다. 주방은 휠체어를 타고 식사 준비를 할 수 있게 개조하고, 집에 있는 문턱을 모두 없애 휠체어를 타고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
혼잡한 도시 싫으면 전원주택 추천
은퇴를 앞둔 많은 사람이 경치 좋은 전원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한다. 혼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바라보며 지내다보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그러면 몸과 마음의 건강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하지만 친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어져 우울해질 수 있고, 공연장·영화관 등 문화 시설이 부족해 여가 활동을 마음껏 하기 어렵다. 또한 건강이 악화될 경우 병원이 멀면 불편할 수 있다.
은퇴 후 전원 생활을 시작하려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형태의 전원주택을 짓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비용 측면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땐 건설사가 지어놓은 대단지 전원주택으로 눈을 돌리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지낼 수 있어 유용하다.
시골 생활 꿈꾸면 귀농·귀촌이 제격
중장년층 가운데 은퇴 후 시골 생활을 꿈꾸는 이가 많다. 이 때문에 도시인의 귀농과 귀촌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귀농은 도시인이 도시 생활을 그만두고 농사를 지으러 농촌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귀촌은 굳이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시골에서 생활하는 것을 뜻한다. 은퇴 후 귀농·귀촌하려는 사람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귀농·귀촌은 사는 곳을 옮기는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일터와 생활 방식, 환경 등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농사를 짓고 살려는 귀농의 경우 사전 교육을 충실히 받는 등 많이 노력해야 한다. 집은 다시 짓기보다 농가주택을 개조해 사용하는 편이 낫다. 농가주택의 경우 겉모습은 허름하지만 벽과 지붕을 개조하고 욕실을 실내에 두면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
여유 있는 연금생활자라면 실버타운 고려
연금생활자라면 실버타운을 고려할 만하다. 실버타운은 은퇴한 고령자가 안정되게 생활할 수 있게 만든 주거 단지다. 주거와 의료 시설, 휴양 시설을 갖추고 여러 가지 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사일을 하지 않아도 돼 여성 고령자가 특히 선호한다.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곳으로 선택하면 공해, 교통체증, 지저분한 거리 없는 깔끔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 같은 관심사를 공유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지낼 수 있다. 단, 비용이 다소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실버타운을 선택할 때는 나이 들어 질병에 걸렸을 때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실버타운 운영 기관의 재정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운영 기관이 재정난에 빠지면 입주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