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은퇴 설계

은퇴 설계를 할 때 반드시 살펴야 할 것 중 하나가 부동산이다. 빚 있는 대형 아파트 보유자, 경제적 여유 있는 중대형 아파트 보유자, 경제적 여유 없는 아파트 한 채 보유자 등 부동산 상황에 따른 체크 포인트를 살펴본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은 전체 보유 자산의 70~80%를 부동산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으로 주택 수요가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불안하기만 하다. 불충분한 연금으로 노후 자금이 부족한 베이비부머들이 부동산을 대거 처분하려 들면 부동산 시장은 크게 하락할 것이다. 또한 요즘 크게 늘고 있는 1~2인 가구가 중대형 아파트 수요를 줄이는 것도 주택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은퇴를 앞두고 있으면 보유 부동산을 팔거나 규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지
사진 조선일보DB

CASE 1 빚 있는 대형 아파트 보유자
빚이 있고 수도권에 대형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부동산을 처분해 빚을 갚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뒀다 노후에 팔아야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 되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지금보다 집이 잘 안 팔릴 수 있으며, 아파트 매매에 따른 각종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집을 팔 때까지 꼬박꼬박 내야 하는 이자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다.

CASE 2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보유자
수도권에 중대형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고, 금융 자금도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은 작은 주택으로 이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거주하는 주택의 규모를 줄 임으로써 발생하는 차액을 고스란히 금융 자산으로 보탤 수 있어 노후 자금 마련에 큰 도움이 된다. 부동산 자산 규모는 사는 지역과 주택 유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크고, 아파트와 빌라의 시세가 많이 다르니 꼼꼼하게 살펴보고 결정한다.

 




이미지
사진 조선일보DB

CASE 3 경제적 여유 없는 아파트 한 채 보유자
은퇴 설계에 있어 다른 대안 없이 집 한 채만 보유한 사람이라면 주택연금(역모기지론)을 추천한다. 자산을 유동화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연금은 지금 사는 집에 계속 살면서 부부가 둘 다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가입 주택에 대해 재산세를 25% 감면해주는 혜택도 주어진다. 집값에 비해 연금을 충분히 수령하지 못했다고 생각되면 자녀가 대출을 정산한 뒤 집을 상속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 기존에는 주택 소유주가 60세 이상일 경우에 가입 가능했지만, 3월 말부터는 주택 소유주에 상관없이 부부 중 한 사람만 60세가 넘어도 가입할 수 있다.

한편 4월에 출시 예정인 '내집연금 3종 세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내집연금 3종 세트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이들의 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연령대별 맞춤형 주택연금이다. 기존 60세 이상 고령층뿐만 아니라 40~50대와 저소득층도 주택연금 대상이 된다.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일시 대출금 한도 상향, 40~50대를 위한 보금자리론 연계형, 저소득층을 위한 우대형 주택연금 등을 주 내용으로 한다. 그중 은퇴 설계를 준비하는 40~50대가 주목할 것은 40~50대를 위한 보금자리론 연계형이다. 이 제도는 주택연금에 가입하겠다는 조건으로 보금자리론에 금리 우대 혜택을 주고 인출 한도를 늘려주는 제도다.

CASE 4 소액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
40~50대는 부동산 은퇴 설계와 관련해 소액으로 장만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높다. 거주하는 주택을 처분해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 수익형 부동산을 장만하면 노후에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기 쉽기 때문이다. 수익형 부동산에 처음 투자하는 사람은 오피스텔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오피스텔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라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아파트보다 값이 잘 오르지 않는 경향이 있으니 싸게 구입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게다가 임대 수요가 많지 않은 외곽 지역 오피스텔은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애를 먹을 수 있으니 신중하게 구입해야 한다. 소형 빌라 역시 크지 않은 돈을 투자해 장만할 수 있어 인기다. 빌라를 구입할 때는 매입할 지역을 정한 뒤 같은 지역 내 어떤 위치에 있는 것을 살 것인지 생각한다. 아파트 밀집 지역보다 일반 주택이 많은 동네여야 세입자 구하기가 낫다.

 




이미지
사진 조선일보DB

CASE 5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은 농가주택이 제격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 중 비싼 전원주택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농가주택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농가주택의 경우 겉모습은 허름하지만 대부분 목조 구조로 돼 있어 벽과 지붕을 개조하고 실내에 욕실을 만들면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다. 이때 농가주택을 덜컥 사기보다는 6개월~1년 전월세로 직접 살아본 뒤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가주택에 살면서 좋은 농가주택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고, 시골 문화에 적응하는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