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다 나은 것 같아서…', ADHD 환자 10명 중 4명 치료 임의 중단해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6/03/18 10:30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중 절반 이상이 1회 이상 치료를 중단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최근 발표한 '대한민국 ADHD 질환 인식 및 치료 실태'에 따르면 ADHD로 병원에 내원한 환자 700명의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ADHD를 최초로 진단받은 나이는 평균 8.5세였으며, 이중 82.6%가 약물 처방과 복용을 통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처방을 받은 환자 중 54%는 1회 이상 약물 치료를 중단한 경험이 있었으며, 이중 절반 가량의 환자는 결국 다시 병원을 방문해 약물 치료를 받았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유숙 이사장은 "ADHD는 신경학적 원인이나 뇌 기능저하, 유전적인 소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방치하면 성인이 돼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ADHD는 약물치료와 행동치료, 부모교육, 상담이 중요한 1차 치료인데, 이 중 약물치료의 경우 대부분의 ADHD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임에도 중독성이나 부작용 등 잘못된 편견과 오해로 지속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ADHD는 아동기에 흔히 나타나는 신경발달 질환의 일종으로 성인기까지 꾸준한 관찰과 적절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환이다. 소아 청소년기에 ADHD를 방치하거나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폭력적인 행동, 약물중독 등 이차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고 성인기 사회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ADHD 환자들이 꾸준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다양한 사회적-심리적 장벽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병의원을 방문한 ADHD 환자의 부모 5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치료 현황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은 치료 시작 후 전문의의 판단 없이 치료를 임의로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한 이유로 '부모 또는 환자 스스로 증상이 나았다고 판단(34%)', '사회적인 시선으로 인한 거부(18%)', '아이가 통원 자체를 거부(14%)' 등을 꼽았다. 또한 환자 10명 중 2명은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을 받았음에도 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려나 약물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소희 홍보이사는 "ADHD의 근본적인 치료법인 약물 치료의 임의 중단, 재복용 등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면 이는 오히려 질환 치료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ADHD 치료제의 복용이 소아청소년기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다수의 연구를 통해 치료제를 복용한 아이들이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은 아이들과 성장에 있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DHD 치료제는 향정신성의약품이기 때문에 마약류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을 뿐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히려 ADHD 약물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을 경우 청소년기의 흡연, 음주 등의 중독, 남용 위험이 85% 이상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소희 홍보이사는 "ADHD의 올바른 치료를 위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을 낮추고, 환자들이 근본적인 치료 방법과 약물 치료의 중요성 및 효과에 대해 인지해 꾸준한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과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이번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국내 소아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고 정신 질환에 대한 대중의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ADHD 캠페인을 다각도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4월 5일을 '제 1회 ADHD의 날'로 제정, 환자-부모0일반인 대상의 다양한 교육과 참여 프로그램, 학술 연구 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