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전문병원은 대학병원 수준의 치료를 더 싸고 빠르게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진행 김공필 편집장 | 정리 이해나 기자
입력 2016/02/29 10:26
전문병원 원장 4명 좌담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은 아무 병원이나 쓸 수 없다. 국가에서 진료실적·인력·병상·임상의 질(사망률·합병증발생률 등), 의료기관 인증 등의 7개 항목에서 일정 기준을 넘는 병원에만 주는 일종의 자격증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은 전국에서 111개이며 그 외 병원들이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을 쓰면 위법이다. 전문병원 지정 제도가 시작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문병원이 어떤 곳인지 정확히 모르거나, 알아도 괜히 가격만 비쌀 것 같다며 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문병원 원장 4명을 한 자리에서 만나 전문병원은 어떤 병원이며 전문병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법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Tip. 전문병원이란?
전문병원은 ‘특정 진료과목이나 특정 질환에 대해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이다. 국가가 역량 있는 중소병원을 길러 국민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 전문병원 지정은 3년 단위로 이뤄진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시행된 제1기에는 99개 병원이 지정·운영됐고, 2015년 전문병원 제2기(111개 병원)가 새롭게 지정됐다. 제2기는 2017년까지 전문병원 타이틀을 지속해 사용한다. 전문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①질환별·진료과목별 환자의 구성 비율 ②질환별·진료과목별 진료량 ③필수 진료과목 ④의료인력 ⑤병상 ⑥의료 질 ⑦의료서비스 수준을 평가하고, 전문병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된다.
전문병원 지정분야는 ‘질환’과 ‘진료과목’으로 나뉜다. 질환은 관절·뇌혈관·대장항문·수지접합·심장·알코올·유방·척추·화상·한방척추로, 진료과목은 주산기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신경과·안과·외과·이비인후과·재활의학과·한방중풍·한방부인과로 나뉜다.
모르는 사람 많아… 홍보 효과 아직 미미
헬스조선
네 분 모두 ‘전문병원 전성시대’를 꿈꾸고 계십니다. 그런데 여전히 전문병원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김진호
대학병원에 가면 여러 과별로 나누어 진료하지 않습니까. 전문병원은 이 중 특정질환이나 특정과목만 진료를 보는 병원이라고 쉽게 이해하면 됩니다. 전문병원에는 대학병원과 같거나 혹은 더 나은 실력의 의료진이 상주해 있습니다. 대학병원보다 빠르게 진료받아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전문병원이 정확히 어떤 병원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전문병원제도가 도입되기 전 오랫동안 ‘전문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병원이 많았던 게 원인 중 하나죠.
도은식
전문병원제도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어요. 병원 별로 자체 홍보는 많이 했지만 전문병원제도에 대한 홍보는 부족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홍보에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어요. 전문병원이 부각되는 걸 원하지 않는 의료계 내부의 분위기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봅니다.
의료진 자부심 커지고 내실 더 다져져
헬스조선
좌담에 참여하신 네 분이 운영하는 병원은 모두 제1기 전문병원에 포함됐습니다. 1기 운영을 통해 병원 입장에서 기대한 바가 좀 이뤄졌나요?
김용란
우리 김안과병원은 이전부터 충분히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전문병원이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2기를 또 신청한 이유는 나라에서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것을 막으려는 제도의 취지가 이뤄지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전문병원 인증을 받기 위한 여러 준비를 하면서 병원의 내실을 키울 수 있던 점은 좋았어요.
김진호
전문병원이 되면 우선 직원들의 자부심이 강해집니다. 의료진 역시 우리가 다른 병원보다 더 전문적인 진료를 한다는 자부심도 갖게 되고요. 인증 기준에는 환자 확인을 세 번 이상 하는 등 아주 세부적인 사항들도 규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일일이 이행하면서 말 그대로 ‘진짜 병원’이 되어가는 느낌도 받았어요. 홍보 효과가 크지 않지만, 또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전문’이라는 말도 전문병원만 써야 하는데, 이에 대한 규제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송현진
우리 서울여성병원은 전문병원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시범사업 때부터 참여했습니다. 산부인과에서는 아이들과 산모의 감염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나라로부터 인증을 받고 안전하게 운영하고 싶었어요. 병원 입장에서 특별한 인센티브가 없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시설이나 인력 문제에서 투자가 많이 필요한 것도 알았고요. 하지만 우리 역시 다른 산부인과 병원과 다르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 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봤습니다. ‘여성전문병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병원이 많아 사람들이 실제 전문병원과 구별하기 어려워 홍보 효과는 크게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도은식
국민들이 전문병원제도를 잘 모르기 때문에 홍보 효과는 별로 크지 않았어요. 하지만 우리 더조은병원은 1, 2기 연속 척추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고, 대한전문병원협의회 역시 언론을 통한 홍보에 힘을 기울이다 보니 국민 인지도가 조금씩 향상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 많이 부족하죠.
인센티브 적용 가뭄의 단비… 더 늘릴 필요 있어
헬스조선
복지부는 2월부터 전문병원에 입원관리료·외래관리료·의료질 지원금을 인센티브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또 어떤 해결 과제가 있다고 보나요?
도은식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이 인센티브가 전문병원들에 작은 자부심은 되리라 봅니다. 여기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은데, 전문병원 지정을 위한 필요조건과 노력을 고려하면 당연히 받아야 하고, 이것에 대해 홍보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센티브라는 게 남들과 차별화된 노력에 대한 보상을 뜻하는 것 아닙니까? 그동안 전문병원들이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공감대를 계속 넓혀나가야 합니다.
송현진
포괄수가제라는 게 있습니다. 어떤 질병의 진료를 위해 입원했는지에 따라 미리 책정돼 있는 동일한 금액의 진료비를 받는 거예요. 산부인과질환의 70~80%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데, 이번에 포괄수가제에 대한 인센티브는 따로 없어요. 결국 산부인과는 인센티브를 못 받는 꼴입니다. 이 부분이 정확하게 논의되지 않은 것 같아요.
김진호
전문병원제도가 원활히 유지되려면 병원에 당근을 줘야 합니다. 투자한 것에 비해 적자를 보기 쉬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당근을 주지 않으면 신청 병원이 줄고, 제도가 잘 정착하지 않을 거예요. 다만, 전문병원 역시 국민에게 우리가 다른 병원과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중요한 과제를 안아야 하겠죠.
대학병원이나 비전문병원 비해 가격 높지 않아
헬스조선
전문병원이 정말 전문적으로 치료를 잘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 환자가 많고, 과잉진료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김진호
가장 이슈가 되는 분야가 척추관절인데, 척추관절수술은 비급여 부분이 높아서 어떤 병원이든 비쌉니다. 특히 외국에 수출할 정도로 수준 높은 수술은 다 비급여 쪽입니다. 우리가 치과 가서 임플란트 비싸다고 안 하지 않습니까. 나라에서 인정한 비급여 문제가 연관돼있지만 사실 대학병원과 전문병원, 비전문병원 세 곳을 비교했을 때 자신 있게 전문병원에서의 가격 부담이 가장 낮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문병원은 오히려 복지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주면서 제어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격이 너무 높아질 수 없어요. 제도권에서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병원이 전문병원인 것이죠. 제도의 제대로 된 정착을 위해 비급여 부분도 보건복지부랑 같이 논의하게 돼 있습니다. 전문병원으로 들어오지 않은 특화병원, 특히 연예인을 이용해 광고하는 병원들이 오히려 더 비싸요.
도은식
국내 노인 인구의 증가 속도로 볼 때 척추관절질환 환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가 척추관절 분야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국가가 지정한 전문병원이 표준을 먼저 제시하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일부 의사들의 매스컴 플레이에 의해 이 분야 모든 의사가 매도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어떤 시술에 대해서도 찬성과 반대 의견을 동시에 게재하여 제3자에 의한 공정한 판단을 받는 일도 필요합니다.
송현진
산부인과는 워낙 수가가 높지 않아요. 대학병원의 반도 안 돼요. 우리 병원은 분만 비용이 40만원인데, 대학병원은 100만원이 넘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의도하는대로 분만 환자가 많이 오는 편입니다.
김용란
라식·라섹 같은 시력교정술은 비급여 항목으로 대학병원에서 잘 하지 않아요, 망막 수술의 경우 대학병원이 300만원 정도인 반면 전문병원은 200만원 정도입니다.
대학병원보다 의료 질 낮다는 편견 깨야
김용란
국민은 막연히 대학병원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학병원에서 실력 있다고 손꼽히는 명의가 아니면 오히려 전문병원보다 못한 경우도 있고, 대기시간도 길죠. 예를 들어 저한테 진료받고 대학병원 가겠다고 진료의뢰서를 떼달라고 하는 환자가 있었어요. 사시 환자였는데, 진료받으러 가려던 대학병원에는 사시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가 없었어요. 안타까웠죠. 이 경우 전문병원에서만큼의 수준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없는데 환자들은 잘 몰라요.
송현진
응급실도 전문병원을 찾는 게 환자 입장에서 훨씬 이득입니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질환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문병원에서는 항상 전문의가 응급진료를 봅니다.
김진호
우리 예손병원도 24시간 응급실을 열어놨었는데, 지금은 밤 11시까지만 운영합니다. 전문의가 상시 대기하고 있어도 밤새 환자를 보는 게 2~3명뿐이었거든요. 전문의들에게 밤샘 근무하는 비용을 다 주면 적자가 납니다. 대학병원 응급실을 꼭 가야 할 때는 몸의 여러 군데가 손상입었을 가능성이 있을 때인데, 손 하나 다쳤는데 대학병원 가서 기다리는 건 잘못된 거죠.
김용란
수술에 쓰이는 새로운 기기를 도입하는 것도 오히려 전문병원이 시간적으로도 더 역동적이에요. 대학병원에 비해 절차가 복잡하지 않으니까요.
여러 과 협진 필요한 암(癌) 아니면 전문병원으로
헬스조선
가족에게 병이 생겼다고 하면, 어떤 경우에 전문병원을 가라고 권할 건가요?
송현진
암만 아니라면 전문병원으로 보낼 것 같아요.
김진호, 도은식, 김용란
마찬가집니다.
도은식
전문병원은 대부분 소규모 병원이어서 빠른 진료와 빠른 치료를 저비용으로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죠. 특정질환에 집중 진료를 하기 때문에 그 질환에 대해서는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 못지않은 기술력과 높은 진료수준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암은 여러 장기를 침범하기 때문에 여러 진료과 의사의 협진이 필요하죠. 따라서 이때는 여러 과가 모여 있는 대학병원이 더 유리하다고 봅니다.
송현진
누구라도 환자 입장이 되면 두 가지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의사가 실력이 있나, 믿을 만한가. 두 번째는 감염 우려가 없는 안전한 곳인가이죠. 이 두 가지가 충족되는 곳이 바로 전문병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