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우울증 재발, 마음 약한 탓 아닌 '뇌' 문제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6/02/24 10:00
우울증 재발이 마음의 문제가 아닌 '뇌'의 문제인 것으로 밝혀졌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함병주 교수팀이 최근 발표한 '재발성 주요우울장애에서 뇌유래신경영양인자 메틸화와 피질두께' 논문에 따르면 우울증이 재발하는 환자들은 유전 및 뇌의 기질적인 취약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18~65세의 재발성 우울증 환자 65명과 나이, 성별이 비슷한 대조군 65명을 비교한 결과, 재발성 우울증 환자들이 정상군보다 뇌신경세포를 성장시키는 단백질 중 하나인 뇌유래신경영양인자의 메틸화가 상당히 높아져 있었다. 또한, 전전두엽과 후두엽 영역의 피질 두께도 더 얇았으며, 특히 뇌유래신경영양인자 메틸화가 높을수록 전전두엽-후두엽 영역의 피질 두께가 더 얇아지는 역상관성을 나타냈다.
그동안 '재발성 우울증' 환자는 적절한 치료로 금방 회복되는 우울증 환자와 달리 우울증 치료제에 대한 반응이 낮고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그 원인에 대한 연구가 지속돼왔다. 이 과정에서 함병주 교수팀은 뇌안에서 뉴런의 재생을 촉진시키고, 뉴런과 뉴런 사이를 유연하게 만들어 정신질환 발병 및 진행을 억제하고 치료효과를 증진시키는 작용을 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에 주목했다. 뇌유래신경영양인자가 메틸화되면 뇌신경 유전자의 기능부전으로 뇌에서 제대로 생산되지 못하고 보호작용도 약해진다. 연구진은 이러한 작용 때문에 뇌유래신경영양인자가 우울증의 반복적인 발병, 재발을 촉진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함병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울증 재발이 개인의 의지나 마음이 약해서가 아닌, 유전적·뇌신경학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우울증을 단지 마음의 감기와 같은 가벼운 정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문은 지난 2월 15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