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유착과 협착, 뭐가 달라요?
글 안지현(KMI 한국의학연구소 의학박사)
입력 2016/02/17 13:24
72세 여성 A씨는 최근 배가 아파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 장의 유착(癒着)으로 장폐쇄 진단을 받았다. 수술 준비를 위해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은 A씨. 이번에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소견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유착과 협착은 뭐가 다른지 몰라 어리둥절하다.
유착
유착은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할 장기나 조직이 붙어 있는것이다. 신문의 정치·사회면 기사에도 유착이란 단어는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정치계와 경제계가 부정하게 결탁한 상황을 정경유착(政經癒着)이라고 하는데, 이때 나오는 유착이 의료용어에서 나온 말이다.
유착 중 흔한 것이 장유착이다. 몸속의 장(腸)이 서로 붙어 있는 경우다. 심해지면 장 속의 내용물이 제대로 내려 가지 못해 장폐쇄(閉鎖)를 일으킨다. 과거 복부 수술을 한 적이 있다면 아무는 과정에서 장이 서로 붙어 장유착을 일으키기 쉽다. 실제로 장폐쇄의 가장 흔한 원인이 수술 후 생기는 장유착이다. 장폐쇄라고 하면 매우 무섭게 들리지만, 심하지 않은 경우는 코나 항문으로 튜브를 넣어 장내 가스를 나오게 하면 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가스가 나오지 않고 복통이나 고열 등의 증상이 지속되면 수술로 유착 부위를 분리해야 한다.
협착
협착(狹窄)은 좁을 협, 좁을 착으로 이뤄진 단어다. 좁아진 상태 자체를 나타낸다. ‘판막협착증’을 예로 들어보자. 심장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고, 또 심방과 심실로 각
각 나뉜다. 심방과 심실 사이, 그리고 심실에서 동맥으로 나가는 길에는 판막이 있다. 판막은 한 방향으로 나간 피가 거꾸로 되돌아오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판막 입구가 좁아진 상태가 판막협착증이다. 승모판막협착증,대동맥판막협착증이 대표적인 예다. 판막협착증이 있다고 모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심하게 좁아 졌다면 입구를 넓혀주는 시술을 하거나, 판막을 바꾸는 수술을 해줘야 한다.
판막협착증 외에 허리 통증의 원인 중 하나인 척추관협착증도 협착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척추 안으로 신경이 지나가는 길을 척추관이라 한다. 이 척추관이 노화 등 여러 원인에 의해 좁아지면 신경이 눌려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물리치료와 함께 진통제를 복용해도 되지만, 이에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심하다면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안지현
중앙대학교병원 내과 교수를 거쳐 현재 KMI 한국의학연구소 의학박사로 있다. 의학박사이자 언론학 석사이며,대한노인의학회 학술이사로 활동 중이다. 다수의 TV 프로그램과 언론 매체 등에 고정 칼럼을 연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