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유전질환 있어도 '착상전 유전자 진단' 하면 대물림 예방 가능"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6/02/02 06:30
[전문가 인터뷰] 강인수 서울역 차병원 교수
배아 염색체·유전자 이상 확인, 정상 배아 이식해 임신율도 높여…
진단 허용된 유전질환 160종
"우리나라 한 해 출생아 중 2%인 9000 여 명이 크고 작은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유전병으로 인한 가정의 고통과 환자를 치료·재활하는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착상전 유전자 진단을 통해 출산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착상전 유전자 진단(PGD)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서울역 차병원 난임센터 유전학연구소 강인수 교수(산부인과 전문의)의 말이다. 그는 "20년 전부터 유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착상전 유전자 진단 기술이 발전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유전 질환은 대부분 치료가 안되는데, 가계에 유전 질환이 있어 후대에 대물림을 걱정하는 사람은 착상전 유전자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착상전 유전자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을 앓고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반복된 유산으로 인해 염색체 검사를 받아보니 염색체 수와 구조에 이상이 발견된 경우다. 그러나 이런 이유 없이 단순히 성별 확인 등을 위한 착상전 유전자 진단은 받을 수 없다.
강인수 교수는 "유전 질환은 6000종 이상 진단이 가능하지만, 현재 정부에서는 160여 종을 허락하고 있다"며 "골형성부전증, 근이영양증 등 대표적인 유전 질환 유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연 유산의 50~60%는 태아의 염색체 이상에 의한 것인데, 습관성 유산을 겪는 사람은 착상전 유전자 진단을 통해 배아의 염색체 이상을 확인한 후 정상 배아를 이식함으로써 유산율을 낮추고 임신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착상전 유전자 진단은 수정란이 3일 간 배양된 8세포기 배아에서 세포 1~2개를 떼낸 뒤 극소량의 DNA를 가지고 유전자 분석을 한다. 그래서 오진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오진율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유전자 분석 장비가 발전하면서 오진율을 크게 줄였다. 강 교수는 "착상전 유전자 진단의 오진율은 2~5%이다"라며 "오진을 했더라도, 임신 후에 융모막 검사와 양수검사를 통해 다시 유전적인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착상전 유전자 진단은 기존에 산전 유전자 진단(융모막 검사, 양수 검사) 보다 장점이 많다. 산전 유전자 진단은 태아의 유전적 문제가 발견돼도 치료가 제한적이고, 임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유산되는 경우도 많아 산모의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컸다. 강인수 교수는 "착상전 유전자 진단은 임신 전에 유전자 이상을 체크함으로써, 산모의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그러나 착상전 유전자 진단은 반드시 시험관아기 시술을 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착상전 유전자 진단을 위해 배아의 세포를 1~2개 떼내도 향후 정상적으로 자궁 내 착상과 임신이 가능한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또 태아의 성장과 발육을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 강인수 교수는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착상전 유전자 진단을 받은 배아로 임신·출산을 한 산모와 자연임신 후 출산을 한 산모의 기형아 출산율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5일 배양한 배아를 가지고 태반 세포만 뗀 뒤 유전자 검사를 함으로써 착상력을 더 높이고 있다.
차병원은 국내에서 착상전 유전자 진단을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병원이다. 한 해 400건 정도하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서울역 차병원 난임센터를 개원해 정확한 진단을 위한 시설과 시스템을 도입했다. 진단 시 각종 외부 DNA의 오염을 막기 위해 유전자 진단 작업 공간을 클린룸(연구실 내로 유입되는 외부 공기를 HEPA 필터로 걸러냄)으로 만들었다. 최신 염기서열 분석기, 이미지 분석 장비, 자동 DNA추출기 등 첨단 의료장비도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 난자를 안전하게 동결보존할 수 있도록 한 '37난자은행' 등을 갖춰 놓았다.
☞ 착상전 유전자 진단
유전 질환이나 염색체 이상이 있는 아이를 출산할 위험성이 있는 부부가 체외수정을 통해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기 전에 유전자 돌연변이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 수정란을 3~5일 배양한 뒤 세포 1~2개를 떼내 유전자 검사를 하고 정상인 것만 자궁 내 착상을 시도한다. 영국에서 1989년 사람 대상으로 처음 시작했으며 국내에는 1994년에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