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항생제 잘 안 듣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 급증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5/12/30 09:04
11월 입원자, 지난해의 1.7배
항생제 내성 탓 10%만 치료 효과
감기 외 피부염·관절 통증 동반
전염성이 높고 항생제 치료가 잘 안되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으로 입원하는 환자가 10월부터 매주 300명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11월 2주차(11월 8~14일)에는 478명이 입원했다. 2014년 같은 기간 입원 환자 수(271명)와 비교해 76% 증가했다.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영 교수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사스와 같은 전염병처럼 국내에서는 3~4년 주기로 유행한다"며 "면역력이 낮은 영유아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전염성이 80% 정도로 높아 현재 소아 병실이 부족할 정도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기 증상 외에 피부 발진·관절 통증 동반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호흡기를 통해 침투한 마이코플라즈마 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마이코플라즈마 균에 감염되면 염증 유발 물질 때문에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피부염, 뇌수막염, 심근염(심장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 등의 합병증이 생긴다. 또 감기를 유발하는 리노 바이러스 등에도 취약해진다.
유영 교수는 "만약 감기 증상으로 약을 복용하고 4~5일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피부에 발진이 생기거나 팔·다리 통증이 있다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며 "3세 미만의 영아는 기침· 고열이 있고 걷거나 기어다니지 않으려고 한다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의한 관절 통증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항생제 사용 줄이려면 초기 치료가 중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치료에는 '마크로라이드'라는 항생제가 쓰인다. 그런데 항생제 내성 탓에 올해는 이 항생제 치료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유영 교수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대유행했던 2011년에는 환자의 40%에서 항생제 효과가 나타났는데, 올해는 10% 정도에서만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마이코플라즈마 균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돌연변이 형태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인의 경우 마크로라이드와 다른 계통의 항생제를 쓰기도 하는데, 부작용이 많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8세 미만에게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영유아 환자 치료는 마크로라이드를 장기간, 고용량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전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경일 교수는 "고열이 발생한 뒤 24시간 이내에 항생제와 함께 스테로이드 항염증제를 병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며 "증상이 나타난 뒤 빨리 병원에 가야 항생제 사용 기간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방법은 개인 위생 관리가 '최선'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예방 백신이 없다.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다.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유치원 등 실내 공간의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식기나 수건, 장난감 등에 묻은 균은 몇 시간 동안 남아있다가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개인 물품을 꼼꼼히 소독해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이경일 교수는 "만약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의 방문을 삼가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