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마네의 '폴리-베르제르의 술집'과 샴페인

글 서민희(서울과학기술대학교 강사, 금속공예작가)

마네의 ‘폴리-베르제르의 술집’과 그림 속 바 테이블 위의 샴페인

유럽 사람은 오래전부터 와인을 식사의 일부로 여겨 음식과 함께 샴페인, 화이트, 레드, 스위트 와인 순으로 마셔왔습니다. 1869년 예술의 도시 파리에 뮤지컬, 발레, 곡예, 마술 그리고 누드 공연이 열리는 최초의 뮤직홀 폴리-베르제르가 문을 엽니다. 이곳으로 예술가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 역시 즐겨 찾아 그의 작품 소재로 등장시킵니다.
런던의 코톨드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폴리-베르제르의 술집’(A Bar at the Folies-Bergère)은 마네의 마지막 주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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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화가 에드아르 마네의 마지막 주요 작품인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바 테이블 위에 샴페인이 놓여 있다
이 작품은 처음 발표된 1882년 파리 살롱에서 비평가들에게 원근법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습니다. 마네는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 1599~1660)의 영향을 받아 거울을 이용한 그림을 그립니다. 화가와 여성과 거울이 일직선상에 위치한다고 가정하면 화가는 거울에서 여성의 뒷모습을 볼 수 없어야 하지만 그림의 오른쪽 거울에는 여성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후 그림의 상황을 재현하는 사진 작업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화가는 여성의 정면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치우친 위치에서 본 장면을 그린 것임이 밝혀집니다.

스파클링 와인은 길쭉한 모양의 잔에 따르는데 그 이유는 와인의 기포를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와인의 기포는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으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기포가 있는 와인을 통칭하여 스파클링 또는 발포성 와인이라고 합니다. 특히 상파뉴 지역은 라벨에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와인 산지로, 오직 스파클링 와인만 생산합니다. 이곳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와인을 지역명과 같은 명칭인 상파뉴 또는 영어식 발음으로 샴페인이라고 합니다.


예술가들의 메카 폴리-베르제르에서 술이 빠질 수 없었고, 마네 역시 이 작품 속에 다양한 술을 표현합니다. 그림 속의 바 테이블 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병 입구 부분이 금색 코일로 쌓여 있는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식탁 위의 와인은 맑은 금빛을 띱니다. 흡사 화이트 포도 품종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화이트뿐만 아니라 레드 포도 품종이 블랜딩되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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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퍼 하이직 퀴베 브뤼. 신선한 과실 향에 산도가 뛰어나다, 샴페인 바론 드 로칠드 브뤼. 질감이 부드러우며 밸런스가 뛰어나다

중년 신사 닮은 ‘샴페인 바론 드 로칠드 브뤼’와 발랄한 소녀 같은 ‘파이퍼 하이직 퀴베 브뤼’

금융 명문가인 로칠드 가문의 문장(紋章) 속의 5개 화살은 다섯 아들의 화합을 바라는 마이어 암셸 로칠드(1744~1812)가 남긴 유언입니다. 그의 뜻에 따라 아들들은 프랑스 상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최초로 하나의 뜻을 펼칩니다. 아들들이 함께 만들어낸 와인이 샴페인 바론 드 로칠드 브뤼(Champagne Barons deRothschild Brut, 이하 바론 드 로칠드)입니다. 마네가 ‘폴리-베르제르의 술집’에서 여러 송이 꽃들이 함께 샴페인을 머금은 모습으로 표현했듯이, 로칠드는 화합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색을 가진 분들과 함께 좋은 밸런스를 이루는 로칠드 브뤼로 와인의 시작을 열어보시기 바랍니다.

샴페인이 다른 지역에 비해 명성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와인의 기포에 있습니다. 파이퍼 하이직 퀴베 브뤼(Piper Heidsieck Cuvee Brut, 이하 파이퍼 하이직) 역시 오밀조밀한 기포를 가지며 지속력이 좋습니다. 샴페인은 샤르도네, 피노 누아 그리고 피노 뫼니에 품종이 블랜딩되는데, 각 샴페인 하우스마다 사용 품종과 비율은 각각 다릅니다. 로칠드 브뤼는 와인에 산도와 꽃 그리고 감귤류의 풍미를 주는 샤르도네와 구조감, 바디감과 여운을 주는 역할을 하는 피노 누아를 6:4로 블랜딩해 만듭니다. 코로 은은하게 아카시아 꽃향이 나기 시작해 서양배, 복숭아 그리고 그 뒤로 샴페인 특유의 비스킷과 잘 구워진 빵의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섬세한 기포들이 촘촘하고 힘있게 올라옵니다. 입안에 머금으면 기포가 터지며 역시 흰 꽃에서 시작해 시트러스, 열대과일 향을 거쳐 이스트 풍미를 가지며, 충분히 좋은 크리스피한 산도가 받쳐줍니다. 전체적으로 훌륭한 밸런스를 이루며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바론 드 로칠드가 기품 있고 고급스러운 중년 신사의 느낌이라면, 파이퍼 하이직은 아직은 어리고 톡톡 튀는 소녀같은 와인입니다. 파이퍼 하이직은 화이트 포도 품종을 포함하지 않고 오직 레드 품종만을 사용합니다. 피노 누아와 함께 블랜딩되는 또 다른 레드 품종인 피노 뫼니에는 와인에 과실 향을 주어 어릴 때 마시기 좋습니다. 향의 복합미 또한 뛰어납니다. 빵과 비스킷의 향으로 시작해서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을 거쳐 서양배의 풍미로 마무리됩니다. 혀 위에서 역시 자몽과 붉은 사과 같은 신선한 과실 향이 인상적이며, 충분한 산도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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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공예문화정보디자인학과 강사
/서민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공예문화정보디자인학과 강사 겸 금속공예작가로 개인전을 5회 개최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금속공예와 주얼리를 전공했고, 템플대학교에서 CAD-CAM 학위를 받았다. 영국 와인전문교육기관 WSET를 수료한 와인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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