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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중증질환 정밀 진단하는 유전자 검사, 내년부터 보험급여 혜택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5/12/08 07:30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계획
2018년까지 보장률 68%로 확대
선택진료 줄여 의료비 부담 감소
그런데 김씨가 선택진료·상급 병실료가 개편된 뒤인 9월 이후 진료를 받았다면 김씨가 내야 하는 입원치료비는 97만원으로 70% 이상(275만원) 준다. 우선 그의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가 이전과 달리 선택진료 의사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선택진료비 경감 혜택(115만원)이 발생한다. 또 9일간 입원했던 4인실이 일반 병상으로 간주돼 상급 병실료 부담도 사라진다. 여기서 또 180만원이 깎인다. 대신 중환자실 수가(酬價) 인상, 수술 후 회복 감시료가 신설되면서 본인부담 비용은 20만원 증가한다. 고액의 진료비가 발생하는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와 선택진료비·상급 병실료·간병비 같은 건강보험 3대 비급여 항목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덕분이다. 현재 한국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의 80%보다 낮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속적인 보장성 강화로 2018년까지 보장률을 68%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 환자는 건강보험 적용 진료 항목에 한해 진료비의 5%만 본인 부담을 하면 된다. 보건당국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계획에 따라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가 다른 질환에 비해 고액이라 가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 이들 질환에 필수적인 진료 항목은 2016년까지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할 예정이다. 올해 11월에는 뇌종양 치료 등에 쓰이는 양성자 치료, 암 조직에만 강한 방사선을 가하는 세기변조 방사선 치료, 폐암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등 고액의 비용이 드는 111개 항목에 대해 급여 확대를 완료했다. 최근에는 희귀질환을 진단하거나, 특정 항암제를 처방하는데 필요한 유전자 검사 134가지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손영래 과장은 "유전자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적절한 시점에 최선의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진다"며 "이번 급여 확대로 4대 중증질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 검사의 대부분이 급여 혜택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의 급여 적용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선택진료 의사 폐지… 4인실도 보험 적용
환자에게 큰 부담을 주는 3대 비급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먼저 선택진료 의사의 비율을 점점 줄이다가 2017년에는 폐지하고 '전문 진료 의사 가산제도(건강보험에서 전문 진료 의사에게 수가를 높여 주는 제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선택진료 의사는 전문의 중 10년 이상 임상 경험이 있는 의사를 말하며, 이들에게 진료를 받으면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한다. 선택진료비는 원래 20~100% 가산했는데, 지난 해부터 15~50%만 가산하도록 조정했다. 선택진료 의사의 비율은 전체 의사의 80%까지 지정할 수 있었지만 올해 67%, 내년 33%로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병실도 6인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던 것을 지난해 9월부터 4·5인실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일반 병상의 비율도 50%에서 70%로 확대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소위 '빅4병원'의 4인실에 입원하려면 원래 하루 10만원 이상의 돈을 내야했지만, 4인실이 일반 병실이 되면서 이제는 본인 부담금 2만4000원만 내면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일반병상 수를 크게 늘리되 중환자실 수가를 인상하고 특수 병상을 확충하는 등, 안전하고 질 높은 입원환경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막는 포괄 간호 서비스 확대
간병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도 줄어든다. 정부는 2013년 7월부터 간호 인력을 확충해 간병을 간호사가 하도록 하는 '포괄 간호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49개 병원에서 시행했으며, 2018년 전 병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포괄 간호 서비스는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예방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메르스 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간병인과 환자 가족이 비좁은 병실에서 환자와 숙식을 함께 하는 한국적 병간호의 문제점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고려대 안형식 교수 연구에 따르면 포괄 간호 서비스를 하는 병동의 '병원 내 감염' 발생률은 1000명당 2.1명이지만 일반 병동은 1000명당 6.9명으로 2.87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