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폴 눈이 내린다. 겨울이 시작됐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따사로운 가을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듯하다. 지난 11월 초 우연찮은 기회에 제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관광으로 종종 다녀온 제주지만 ‘힐링’을 테마로 한 여행이라 해서 관심이 갔다. 모르는 사람과 여행한다는 두려움 반, 힐링여행에 대한 기대 반으로 헬스조선 비타투어의 ‘제주 가을 힐링여행’에 참여했다. 




이미지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걷는 오름 트레킹. (사진=강보식헬스조선 힐링아일랜드 대표)
대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자산, 제주도
첫 힐링 트레킹은 아부오름에서 시작됐다. 산봉우리가 움푹 파여 있는 모습이 독특했다. ‘한 집의 어르신이 믿음직하게 앉아 계신 모습과 같다’해서 ‘아부오름’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 삼나무들이 분화구의 경계를 따라 원을 그리며 자라있는 모습과 오름 주위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누런 소들. 마치 동화 속 마을에 들어와 있는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걷기를 마치고 자연치유휴양형 리조트인 WE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몸을 쓴 만큼 저녁식사도 달았다. 간단하게 서로를 알아가는 소개 후 이홍식 명예교수가 ‘세컨드 라이프를 위한 마음 관리’에 대해 강연을 했다. 희끗희끗한 노 교수가 자신의 삶을 통해 터득한 인생 지혜를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생 100세 시대에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과 노년기에 행복하게 인생을 사는 법,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고, 명상으로 자제력을 키울 것인지 등을 전했다. 하나하나 놓치기 아까운 조언이었다. 제주를 배경으로 탄생한 박목월 시인의 ‘이별의 노래’와 ‘떠나가는 배’의 숨겨진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튿날부터는 매일 몸 깨우기 요가와 이완 명상으로 아침을 맞았다. 오전 참에는 제주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오름과 청정한 숲속을 걸으며 자연과 하나 되는 시간을 보냈다. 치유와 명상의 숲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제주를 찾는 사람이라면 꼭 찾는다는 ‘사려니숲’. 10km에 이르는 청정한 숲을 걷고 나니 몸과 마음이 맑아지고, 밝아짐이 느껴졌다. 짧은 말이 다니던 길이라서 이름 붙여진 ‘쫄븐갑마장길’과 ‘따라비오름’은 억새 천지였다. 완만한 오름을 뒤덮은 억새는 바람의 지휘에 맞춰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부드럽게 춤을 췄다. 때론 쓸쓸하고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환희의 감정을 느끼게 했다. 연약하게만 생각했던 억새의 강한 기운을 느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주의 여러 오름 중 가장 당당한 자태를 지닌 ‘다랑쉬오름’. 바로 옆에는 혹성에 딸린 위성처럼 자그마한 분화구가 딸려 있었다. ‘아끈다랑쉬오름’이란 이름처럼 앙증맞은 모습이었다. 사진가 故 김영갑이 사랑했던 ‘용눈이오름’은 주변으로 작은 새끼 오름을 거느리고 있었다. 구불거리는 부드러운 능선을 쫓던 눈이 다다른 곳은 바다. 제주의 푸른 가을바다가 저 끝에서 넘실대며 손을 흔들었다. 용눈이오름에서 바라본 전경은 답답한 일상의 체증을 시원하게 씻어주었다. 오래도록 기억될 모습이다.



이미지
가을로 물든 제주도의 사려니숲. (사진=강보식헬스조선 힐링아일랜드 대표)
온몸 세포를 일깨우는 여행
걷고 난 후에는 편안한 쉼이 이어졌다. 내 몸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보았고, 유기농 녹차밭 다희연에서 다도체험을 하며 차 한 잔을 마셨다. 한라산 중산간의 숲속에 위치해 자연 항생물질인 피톤치드를 머금고 있는 물(Water)과 에너지(Energy)의 이니셜을 딴 WE호텔의 수치료는 정말 좋았다. 프로그램은 중탄산과 바나듐 등 각종 미네랄이 포함돼 있어 피부 미용과 혈액순환 등에 좋은 천연암반수에 몸을 담그고 진행된다. 체계적인 상담을 한 뒤에 내게 맞는 맞춤 수중운동을 하는 식이었다. 특히 편안히 물에 몸을 띄운 채 해주는 마사지는 온몸 세포 하나하나를 깨워 세포의 움직임까지 느껴보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저녁에는 한의사가 참석해 체질을 진단해주고 내 체질에 맞는 식사법 등을 알려줬다. 그동안 막연히 짐작했던 내 체질을 정확히 알 수 있고, 평소에 실천할 수 있는 건강관리법을 알 수 있어 유익했다. 




이미지
억새와 풍력발전기가 춤추는 제주의 가을 풍경. (사진=강보식헬스조선 힐링아일랜드 대표)
긴 여운 그리고 다시 떠나리라!
여행 내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적게는 2번, 많게는 6번이나 헬스조선 비타투어의 제주 힐링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는 말을 들었다. 여행이 끝나가는 때가 되니 그들이 왜 그랬는지 십분 이해됐다. 친절하고 세세하게 챙겨주는 관계자와 다정다감했던 많은 인생선배이자 여행 동행 덕분에 5일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가버렸다. 

억새로 시작해서 억새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제주의 가을. 바쁘고 빠듯한 일상 속에서 시간과 경비를 생각하면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다. 하지만 얽매인 것을 잠시 내려놓고 훌쩍 떠나 다녀온 여행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의 바다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좀 더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우리의 인생과도 같았던 긴 여운을 안겨준 아름다운 제주의 오름을 걸으며 쌓은 추억은 기억될 것이다. 그 여운을 잊지 못해서 나는 또 떠날 것이다. 
※ 글을 쓴 이남인 씨는 지난 11월 헬스조선 ‘제주 가을 힐링여행’에 참여했다. 헬스조선은 ‘힐링의 섬’ 제주에서 매월 베스트올레 걷기, 사려니숲 치유여행, 송구영신 힐링여행, 오름 걷기 등 다채로운 주제로 힐링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다가오는 12월 27~31일에는 ‘송구영신 제주 힐링여행’이 진행된다. 
문의 1544-1984